생각해보면 <토이 스토리> 시리즈만큼 시간의 흐름에 명민하게 반응해온 애니메이션이 또 있을까 싶다. 1편에서 카우보이 인형 우디(톰 행크스)는 신종 우주로봇 인형 버즈(팀 앨런)에게 편애의 자리를 위협당한다. 2편에서 인형들의 근심은 망가지고 부서져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데에 있었다. 시리즈의 태동으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토이 스토리3>는 세월의 가장 어둡고 두려운 부분을 건드린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사람이 변하여, 인형들의 존재 자체를 잊기 시작한 것이다. 1편의 꼬마 앤디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려 한다. 그는 우디를 제외한 나머지 인형들을 다락방에 넣어두려 하는데, 어머니의 실수로 인형들은 탁아소로 보내진다. 앤디에게 버림받은 것으로 오해한 인형들은 새로운 놀이상대가 생긴 것에 기뻐하지만 곧 탁아소 인형들의 텃세에 휘말려 고통을 겪는다. 이를 알아챈 우디는 친구들을 구하려 고군분투한다.
시리즈의 마지막편으로 짐작되는(그러나 제작진은 시리즈의 종결을 단언하지 않았다) <토이 스토리3>는 손수건의 도움이 아주 많이 필요한 애니메이션이다. 우리 모두가 과거의 서랍에 무성의하게 밀어넣고 제대로 안녕을 고하지 않은 추억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어른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인형들과 주인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악당이 되어버린 인형들을 보며 어른들이 눈물지을 때, 어린이들은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버즈와 토르티야에 눈, 코, 입을 달아 흐느적거리는 미스터 포테이토에 웃음지을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연륜에 따라 달리 읽히는 이야기를 우리는 ‘클래식’이라고 부른다. 3D 촬영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뉴스가 무색할 정도로 <토이 스토리3>가 구사하는 이야기의 품격은 근사하다. 시리즈의 1편을 위협하는 3편의 탄생을, 참으로 오랜만에 목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