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었던 가장 불편한 뒷담화는 “한나라당 내분을 유도하기 위해 이재오를 당선시키려고 민주당이 일부러 약체 후보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거 참으로 불행한 뒷담화이기도 하다. 오죽 비전과 전략이 없으면 이런 소리까지 듣겠는가.
흔히 말하듯 오만하고 무능하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랄 일이 지난 7·28 재보궐 선거 직전에도 벌어졌다. 민주화의 성지로 꼽혀온 광주지역 국회의원들과 시의원들이 민주노동당을 향해 “한나라당 2중대”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정당”이라고 퍼부은 것이다. 몇 사람의 망언이 아니라 기자회견문에 담긴 내용이다. 민주당의 일면을 그대로 설명해주는 사건이다.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으면서 민주주의의 좋은 점만 누리려는 행태 말이다.
지난 세월 한나라당과 그 전신 세력이 민주당과 그 전신을 향해 퍼부어왔던 이런 색깔 씌우기를 민주노동당에 한 것은… 지켜보는 이로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선생님도 생각나고, 그 사내도 생각난다. 아무리 ‘나와바리’ 싸움에 눈이 뒤집혔다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 대표단이 사과하는 선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대체 민주당은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1. 생계를 챙기느라.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월급 받는 게 절체절명이라 다른 일을 한 겨를이 없는 이들이 대다수라서. 집권하고 여당하느니 배지만 달 수 있다면 계속 야당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4대강 사업 반대도 하는 척만. 이 사업으로 이익 볼 토건업자들이 자신들의 스폰서도 되는 관계로.
2.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 조직이 너무 낡아 뭐 하나 추진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 기력도 쇠했다. 용기도 없다. 그런데 탐심은 남았다. 노추하게 연연하기로는 한나라당이 커피라면 민주당은 T.O.P라 할 만.
3. 못하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거. ‘촛불’을 필두로 거의 떠먹여주다시피 한 그 많고 많은 값진 이슈들 어느 하나 제대로 삼키기는커녕 씹지도 못했다. ‘반MB’라는 최소한의 주문조차 옆집 야당들이 그렇게 숟가락 쥐어줬건만 내동댕이쳤다. 왜냐. 지금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까.
특정 연령대와 질환을 떠올리게 한 점 양해 구한다. 다른 설명을 못 찾겠다. 비육지탄이다. 허벅지에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더이상 말을 못 타는 장수를 보는 것 같다. 알면 스스로 눈물이라도 흘려야 하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