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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감동이 픽셀의 옷을 입고
2010-08-05

첫번째 디지털 풀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애니메이션계에 끼친 영향

<토이 스토리> 시리즈 탄생의 배경은 <토이 스토리> 1편이 개봉하기 9년 전인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중반 컴퓨터를 이용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힘들었을 당시, 픽사의 존 래세터 감독은 스토리와 디자인, 모델링, 렌더링까지 참여하며 크레딧을 포함해 2분30초 분량의 CG로만 만든 최초의 3D 단편애니메이션인 <룩소 주니어>(Luxo Jr)를 SIGGRAPH(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컴퓨터그래픽스와 관련된 학술 세미나 및 컨퍼런스로 컴퓨터그래픽스 분야에서 가장 큰 행사. 올해로 37회를 맞는 SIGGRAPH는 7월25일부터 29일까지 LA에서 개최된다)에 선보인다. 당시 <룩소 주니어>를 본 사람들은 상상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의 놀라움은 단순히 기술적 한계의 극복을 뛰어넘어 컴퓨터(디지털)로도 저렇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을 표현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당시로서는 CG를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도 전무한 상황이었고, CG가 본격적으로 영화에 도입된 것이 1990년대 초이니 당연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뒤 몇몇 단편을 발표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더욱 쌓게 된 픽사는 드디어 1995년 추수감사절 기간에 최초의 77분짜리 풀 3D 장편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선보였다. <룩소 주니어>의 충격이 주로 마니아층이나 애니메이션 종사자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토이 스토리>는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충격이었다. 더욱이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2> <몬스터 주식회사> 등 계속되는 픽사 작품들의 연이은 흥행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로 하여금 너나없이 3D CG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서게 했고, 결국 셀애니메이션의 원조였던 디즈니까지 셀애니메이션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토이 스토리>는 3천만달러의 제작 예산에 110명의 스탭이 참가했는 데 반해 비슷한 시기에 디즈니에서 개봉한 <라이온 킹>은 제작비 7930만달러에 800명의 스탭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의 미국 개봉 첫주 수익은 182만5849달러였으며, <토이 스토리1>의 미국 개봉 첫주 수익은 2914만617달러였다.

픽사의 <토이 스토리>가 영화사에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단순히 CG를 100% 사용한 첫 장편애니메이션이라는 점 외에도 많은 의미를 갖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우선 기술적으로 <토이 스토리>를 위해 만들어진 렌더맨(RenderMan)이라는 렌더러는 지금까지도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고의 렌더러로 손꼽히고 있고,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세계 대부분의 유명 프로덕션들이 이 렌더맨을 사용하고 있다.

산업화 측면에서도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애니메이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이 바로 <토이 스토리>다. 자유자재로 구사되는 유머와 감동은 물론 삶에 대한 희망까지 심어주는 마술과도 같은 이야기의 구성은 CG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이미지와 살아 있는 듯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쏙 뺏는다. 픽사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다들 경험했을 것이다. 아이들을 보여주기 위해 갔다가 어른이 더 좋아하게 되는 작품들이 바로 픽사의 작품들이고, 이러한 픽사의 첫 단초를 <토이 스토리>가 만들어냈다.

픽사는 모든 작업을 컴퓨터(디지털)로 하고 있다. 하지만 픽사의 작업 과정은 탄탄한 스토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디지털 작업 이전의 스토리보드를 보면 전통적인 회화와 드로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픽사(Pixar)라는 이름에 나타나는 픽셀(Pixel)과 아트(Art)를 통한 예술의 창조로 얻어지는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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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기명/월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