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이 인어로 변신해서 돌아왔다. 진구 역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비행하듯 헤엄치는 인어로 변신한다. 도라에몽 극장판 탄생 3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인어대해전>은 바다를 모험의 장소로 선택했다.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에선 언제나처럼 별의별 마법 도구가 수시로 튀어나오는데, 이번엔 ‘가공수면펌프’ ‘가공수’ ‘가공해저체험안경’ 등이 주요 도구로 사용된다. 진구와 도라에몽은 ‘가공수면펌프’와 ‘가공수’로 온 동네를 바다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우연찮게 인어족 공주 소피아를 만난다. 소피아가 살고 있는 바다세계를 구경하게 된 도라에몽과 진구 일행은 ‘인어검’을 찾으려는 괴어족과 맞닥뜨린다. 이슬이는 소피아 공주로 오인받아 괴어족에 납치되고, 도라에몽과 진구 일행은 인어족과 힘을 합쳐 괴어족에 맞서 싸운다.
도라에몽 시리즈가 아이들의 마음을 훔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야기와 캐릭터는 단순명쾌하고, 황당무계한 마법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번엔 무슨 모험이 펼쳐질까보다는 무슨 마법이 사용될까가 더 궁금할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라에몽 시리즈가 아이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교훈적이지 않다는 점이 아닐까. 도라에몽 시리즈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진구와 친구들은 사고뭉치에 실수투성이다. 모험을 떠나면 가끔 용감해지지만 현실에선 늘 몸을 사린다. 또 가상세계에선 우정이 돈독하지만 현실세계로 넘어오면 서로 무시하고 시기하고 싸우기에 바쁘다. 이것이 바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춤한 캐릭터와 이야기가 아닐까.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인어대해전> 역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진구는 여전히 철이 덜 들었고, 그런 진구의 곁엔 언제나 도라에몽이 있다. 진구와 도라에몽의 모험은 그래서 부담없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