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시공사 펴냄
이 남자의 성은 아고, 이름은 아이이치로다. 아 아이이치로. 그래서 아아라고도 불린다(이름이라기보다 그저 외마디 신음 같다).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단정하게 생겼으며, 나이는 서른다섯쯤 되어 보이는, 피부가 하얘서 귀족 수재 같아 보이는 외모. 눈은 학자처럼 지적이고 몸에는 시인처럼 낭만적인 분위기가 감도는데다 입매는 스포츠맨처럼 야무지다. 행동에는 빈틈이 많으나(가끔 백치미 같은 매력이…) 눈썰미가 좋고 두뇌회전이 빨라 갑작스레 맞닥뜨린 기묘한 사건을 매끈하게 풀어내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예의바른 듯, 수줍은 듯하다가도 순간 명쾌한 사고력을 보여주는 이 남자가 눈에 밟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기시감에 있다. G. K. 체스터튼이 낳은 독특한 탐정 캐릭터 브라운 신부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아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를 쓴 아와사카 쓰마오는 <음도라지>로 제103회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아 아이이치로가 주인공인 세권의 미스터리 소설 때문에 ‘일본의 G. K. 체스터튼’이라고 불린다.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는 아가 주인공으로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화려한 트릭이나 몰입도있는 전개보다는 퍼즐 맞추기를 하는 듯한 아기자기함과 꼼꼼함이 돋보인다. 늘 주변 배경에 묻혀 있는 듯하다가 중요한 순간에 앞으로 나서는 아의 행동이 유머러스하다. 하늘에 뜬 기구 속에서 자살한 듯 살해된 시체에 얽힌 수수께께를 푸는 공중밀실 트릭의 ‘미기우데 산 상공’, 일본어를 알면 더 재미있을 암호풀이 미스터리 ‘발굴된 동화’ 등의 작품이 실렸다. 주인공도 이야기도 트릭도 다 고전적인 귀여움이 돋보인다. 요즘 사람 같지도, 요즘 트릭 같지도 않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는 동경창원사 선정 ‘본격 추리소설 100선’ 6위,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터리 100선’ 17위에 올랐다. <아 아이이치로의 전도>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도 출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