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들어오기까지 <핸드폰>은 물론 <선덕여왕>의 유신랑 느낌이 너무 세다. =나 역시 좀 달라지는 느낌이 있다. 분명한 건 병훈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껏 연기한 어떤 역할보다 나와 닮았다는 거다. 내 나이 때 남자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도 많고 어떤 장면에선 ‘어, 나도 그랬는데?’ 하는 순간도 있다. 김현석 감독님하고 술 마셔보니 또 감독님이 영락없이 병훈이더라. 사랑에 좀 미숙한 남자들이기도 해서인지 민정이는 ‘이 영화 보고 반성해야 될 남자들 많아’ 그러더라. (웃음)
-최다니엘, 박철민 같은 영화 속 다른 남자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상하게 배우들끼리도 닮아가고 궁극적으로 감독님하고도 닮아갔다. 지금까지 영화 하면서 배우들끼리 최고로 많이 모인 영화이지 싶다. 주로 철민 형이 주도하긴 했지만 촬영이 끝나면 ‘오늘은 누가 한잔 하자고 안 하나?’ 하는 눈초리로 서로 쳐다보고. (웃음) 원래 촬영현장에서 내 카메라로 이것저것 많이 찍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이번에는 너무 찍은 게 없다. 최다니엘도 참 잘 어울리더라. 처음에는 영화와 별개로 우리끼리 그렇게 친해져버리면 영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도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런 과정들, 그러니까 감독님께 이런저런 얘기 다 하고 서로 친해지고 닮아가는 과정이 작품과 동떨어진 작업은 아닌 것 같았다. 한 며칠 스케줄 없다가 다시 만난 날이 오히려 더 어색했다.
-김현석 감독 작품 중에서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 <광식이 동생 광태>가 좋았다. 로맨틱코미디 장르 안에서 재밌는 설정이나 인물들의 정서를 포착하는 방식이 흥미로운 영화였다. 로맨틱코미디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편견 같은 걸 갖는데 그런 걸 비켜가는 부분도 좋았고. <스카우트> 후반부에서 임창정의 연기도 기억에 남는데 남자들을 측은하게 만드는 데 있어 1인자다. (웃음)
- 그러고 보니 <선덕여왕>에서 함께한 이요원이 <광식이 동생 광태>의 배우다. (웃음) = 그렇잖아도 <시라노; 연애조작단> 하기로 결정하면서 <선덕여왕> 촬영장에서 이요원에게 ‘감독님 어떤 사람이야?’ 하고 물어봤다. 그러니까 바로 ‘오빠랑 비슷해’ 그러면서 웃더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