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나일강>에는 작가 플로베르가 엄마에게 보낸 편지가 수록돼 있다. 이 위대한 <보바리 부인>의 작가는 무려 미라의 밀수에 대해서 고민을 털어놓는다. “프랑스로 미라를 가져가는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그게 어려울 것 같아요. 이제 미라를 외국으로 가져가는 것이 금지되었거든요, 카이로까지 밀수품으로 빼내서 알렉산드리아에서 선적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 일이 될 테니까요.” 플로베르의 제국주의적 마음에 분노하기 전에 이게 1850년에 쓴 편지라는 걸 기억하자. <뒤마의 볼가강> <모파상의 시칠리아> <폴 아당의 리우데자네이로> <라울 파방의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등으로 구성된 ‘작가가 사랑한 도시’는 지금은 잊혀진 시대에 이국으로의 모험을 감행한 작가들의 여행기를 모아놓은 시리즈다.
가장 재미있는 책을 하나만 고르라면 <라울 파방의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이다. 르포타주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의 끝내주는 재미를 설명하자면 역시 인용밖에 도리가 없다. “바람이 격렬하게 휘몰아치면 모래가 날아들어오는 사이클 트랙의 관람석은 더이상 지탱되지 못한다. 그것은 12시에 경주가 벌어지던 날 발생한 재난이었다. 먼지투성이에 휩싸인 군중과 왕족들조차도 트랙의 한가운데서 반쯤 몸이 파묻힌 가엾은 진행위원들을 남겨놓은 채 그곳에서 달아나기에 바빴고, 아무튼 선수들도 군중의 행동을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가 모두 작가의 여행기인 건 아니다. <쥘 베른의 갠지스 강>은 1879년 출간된 그의 SF소설 <스팀하우스>에서 갠지스강 부분만 발췌한 글이고, <잭 런던의 클론다이크 강>은 잭 런던이 쓴 단편소설 <북미여행>이다. <뮈세의 베네치아> 역시 프랑스 시인 뮈세의 단편 <타치아노의 아들>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뮈세와 조르주 상드의 연애담이 꽤 반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