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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춰진 작품 <제프 벡 로니 스콧 라이브>

<제프 벡 로니 스콧 라이브>는 음악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춰진 작품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심심한 연주 동영상일 뿐이다. 소극장 같은 로니 스콧 무대 앞에는 귓속말을 주고받거나 미소만 짓고 있는 관객이 있을 뿐이고, 음악가들은 오로지 연주에만 몰두한다. 멘트도 거의 없다. 한곡의 연주가 끝나고 터지는 박수 소리에 미소로 화답하고 곧장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런데 카메라는 분주하다. 연주자들의 손끝과 표정을, 혼신을 다해 집중한 뒤에 활짝 피는 미소를 잡아채고선 음악을 따라 우아하게 선회한다. 혹여 심심하게 보일지 모를 공연 비디오가 역동적으로 보인다면 그 때문이다. 곡의 이해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연출된 카메라워크와 엄격하게 계산된 사운드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카메라는 60대의 주름 가득한 얼굴로 소년처럼 웃는 제프 벡과 20대 초반의 해맑은 얼굴로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는 천재 베이시스트 탈 윌켄펠트가 무대에서 나누는 교감을 담아낸다.

키스하기 직전의 심장박동처럼 두근대는 베이스 슬랩이 돋보이는 < Blast From The East >를 지나, 수백여장의 재즈와 블루스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한 드러머 비니 콜라우타의 압도적인 필-인이 터지는 < Led Boots >와 제프 벡의 인상적인 기타 슬라이드가 극에 달하는 < AngelFootsteps >로 이어지는 공연의 중반부가 압권이다. 관능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섹시하면서도 감동적이다. 한시도 지루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무대에 오른 조스 스톤과 이모겐 힙이 부르는 < People Get Ready >와 < Blanket >도 인상적이지만 아무래도 에릭 클랩턴과 제프 벡의 협연을 감상할 수 있는 < Little Brown Bird >와 < You Need Love >의 음악적 순간이야말로 이 영화의 미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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