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운영하는 체능단이 인기가 많다. 내 아이도 내년이면 다닐 나이가 된다. 올해까지는 당일 선착순으로 모집했는데 앞으로는 지원자 가운데 추첨해서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1. 그냥 줄 서는 게 좋은데. 새벽, 아니 전날부터 서더라도 어떻게든 내 힘으로 보낼 수 있잖아. 2. 힘든 짓 안 해서 다행이다. 애 운에 맡기는 게 낫지. 안되면 물론 섭섭하겠지만.
만족할 만한 기관이 느는 게 정답이겠지만 지금의 교육 인프라에서는 ‘뽑기’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한겨울밤 유치원 앞에 장사진 치고(심지어 대신 서 있을 사람을 구하기도) 등록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하는 건 ‘교육열’이 아니라 ‘교육병’이다. 제3의 반응도 있다. “체능단이 뭔데? 얼마야? 원어민 선생도 와?” 이른바 교육쇼핑족들. ‘한·중·일 10대 홈스테이 유학생들의 방과 후 위험 노출 비율이 현지 아이들의 2~6배 수준’이라는 캐나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를 꼭 들려주고픈 이들이다.
사교육도 아닌 공교육 시스템에서 이런 ‘질환’을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다. 올해부터 학교별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된다는 통에 난리도 아니었다. 초등학생들까지 ‘야간 보충수업’을 하게 만들고 정규 수업조차 일제고사 대비 모의학습 시간으로 바꿔버린 이 시험을 밀어붙이는 이들은 ‘학업 성취도 측정’을 이유로 든다. 수준에 따라 학교별로 맞춤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험 점수가 학교장 등의 실적과 연결되면서 아이들에게 경품으로 ‘돈’까지 내거는 지경에 이르렀다. 폐단을 걱정하는 이들은 영 하려면 표집 방식으로 하자고 입을 모은다.
양쪽의 주장을 수렴한 제안을 하고 싶다. 우선, 시험을 치르더라도 날짜는 고시하지 않는다. 며느리도 모르게 준비하고 당일 등교한 애들을, 가령 번호에 따라(오늘 며칠이지? 15번~) 표집해 익명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그래야 ‘평소 실력’이 나온다. 그걸 확인하는 게 제대로 된 평가다. ‘누가 누가 더 애들 잘 볶았나’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들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학교별 점수는 일단 킵해두고(특히 교장 실적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고!), 점수가 낮은 학교일수록 획기적인 지원을 해주는 거다. 애들도, 학부모도 놀랄 만큼. 그게 본 취지에 맞다. 그렇지 않은 지금의 일제고사는 ‘교육병’에 편승한 일종의 의료사기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