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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필드 파크
2001-12-19

비디오/메인과 단신

Mansfield Park

감독 패트리샤 로제마 출연 프랜시스 오코너, 자니 리 밀러, 엠베스 다비츠, 알렉산드로 니볼라, 해롤드 핀터 장르 드라마 (우성)

<엠마>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클루리스>에서 보듯,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시대를 초월하는 통찰력이 있다. 신대륙이 발견되고, 과거의 사회규범이 기반부터 흔들리던 19세기를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지던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현대의 세련된 로맨틱코미디로 배경을 옮겨도 전혀 빛이 바래지 않는다. 구세대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고, 젊은 세대는 시대의 변화를 예감하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완고하게 자신들의 낡은 체제로 편입해오기를 원한다. 아니 강요한다. 젊은 세대는 반항하고 자유분방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한다. 이미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벌어지던 근본적이지만 미묘한 갈등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맨스필드 파크> 역시 시대의 균열을, 가벼운 사랑 이야기에 엮어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패니는 열살이 되던 해 부유한 친척의 집으로 보내진다. 맨스필드 파크에 자리잡은 버트램 가문. 패니는 그들과 한 집안에서 살아가지만 엄연히 신분이 다르다. 그녀는 지붕 꼭대기, 불도 피울 수 없는 다락방에 기거한다. 유일하게 다정한 사람은 성직자가 되려 하는 에드먼드.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는 패니에게 평생 써도 모자랄 종이를 가져다주고, 언제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성인이 된 패니와 에드먼드에게 버트램 부인의 인척인 헨리와 매리 크로포드 남매가 나타난다. 새로운 문물과 규범으로 치장한 남매에게 버트램가의 사람들은 홀딱 반한다. 심지어 에드먼드까지 메리에게 빨려든다. 헨리는 패니에게 구혼하지만, 패니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맨스필드 파크>는 경쾌하게 흘러간다. 패니는 지적이고 매력적인 여성이다.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어떤 난관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솔직한 모습은, 위선적인 버트램 가문과 대립된다. 버트램 경은 망나니 아들 톰을 바로잡으려고 신대륙의 농장으로 데려간다. 그러나 도망친 톰이 그린 화집에는 흑인 노예들을 고문, 강간 살해하는 아버지와 백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마리아는 오로지 돈을 보고 결혼을 한 뒤, 헨리와 바람을 피운다. 19세기의 영국 귀족사회는 현재의 중산층과 다르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와 명예, 그리고 체면뿐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시대를 초월하여 언제나 관철되는 사랑의 조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