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불행은 혼자 조용히 방에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누구는 술을 마시고, 누구는 결혼을 하고, 누구는 인터넷에 악플을 단다. 혼자 있을 때 고독한 건 물론이고, 군중 속에서도 고독하다고들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제라르 마크롱이 쓴 <고독의 심리학>은 인구는 많아지고, 인터넷만 되면 방 안에서 전세계로 통하는 창을 열 수 있는 세상에 고독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상담서다.
더 완벽하게,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는 법을 다룬 자기계발서가 한번 쓸고 간 뒤, 요즘은 덜 완벽해도, 더 느려도 자기 스스로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법에 대한 일종의 심리치유서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 책은 가벼운 고독감이 아니라 고독감에 시달려 아무 일도 못하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는데, 고독이 버림받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우울해하는 사람이라면 일독할 만하다(혼자 있기 싫다는 이유로 나쁜 관계에서 더 나쁜 관계로 뛰어들어 버릇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혼자이기 때문에 고독감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고독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혼자라고 느낀다는 게 이 책의 진단인데, 그렇기 때문에 고독의 치유책은 외로움을 대면하고 내면화함으로써 진정한 고독으로 승화시키는 데 있다는 말이다.
비단 고독뿐 아니라 대부분의 마음에서 비롯한 문제의 경우, 자존감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이야기되곤 한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부모가 아이에게 베푸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자존감의 밑바탕이 되어준다. 그 애정을 경험하지 못한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애정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타인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스스로를 포박한 엄격함이나 비관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일이 급선무인데,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불평을 해서는 안된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다’와 같은 잠언을 과감하게 버릴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