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앵커가 ‘삼성전자의 지난 석달간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소개하며 “이런 회사가 우리나라에 한 백개 정도 되면 국민들 살림살이도 좋아질 텐데”라고 멘트했다. 쩝…. 아, 지금 KBS 파업 중이지? 파업 때문에 업무량이 많아서 그런가, 공부를 좀 하셔야….(김미화씨 사례로 인한 필자의 자기 검열임. 블랙리스트는 놀랍지 않지만 명예훼손 고소는 놀라워요, 사장님. 명예를 지키겠다는 이들은 파업 중인데 말이죠.)
그런 유의 실적이 납품업체에 대한 가혹한 단가인하(일명 쥐어짜기&후려치기) 때문인지는 대통령 빼고 온 국민이 다 아는데 말이다. 심지어 삼성전자도 안다. <한겨레21>에 보도된 삼성전자의 내부보고서를 보면 ‘(하청업체가) 구조조정, 급여삭감, 복리후생 축소 등의 노력으로(도) 더이상 원가 인하 여력이 없’거나 ‘납품회사 대다수가 남품가 인하로 적자가 예상’된다고 버젓이 나와 있다. 납품업체의 내부사정을 이렇게 소상히 알고 있으면서도 삼성전자는 납품단가를 낮췄다. 그것도 목표보다 더 많이. 그 결과 삼성전자를 필두(순이익률 두 자릿수)로 대기업이 잔칫상을 받는 동안 중소기업인 납품업체들은 끼니를 걱정(마이너스 혹은 잘해야 2∼3%)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머슴살이가 따로 없다. 게다가 대기업은 한방샴푸, 막걸리, 상조업, 스팀청소기, 석유판매업, 하다못해 커피자판기 사업 등 중소기업이 일궈논 텃밭도 마구잡이로 잠식하고 있는 중이다.
KBS 앵커의 말대로라면 ‘그런 회사’가 한개면 그 한개랑 관련된 이들의 살림살이만큼은 나아져야 할 게 아닌가. 불공정 거래나 부당한 납품단가 문제라도(!) 지적하고 해결해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이 ‘사상 최대 호황’이니 ‘본격 경기 회복’이니 숫자놀음을 하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한 그런 회사가 백한개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전체 고용의 88%를 중소기업이 감당하는데 대체 누구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겠는가. 이런 세태 속에서 단가 인하 요구 없이 꾸준히 ‘글 하청’을 주는 씨네리는 꽤 나이스한 원청회사다. 그러니 ‘종로에서 자취하는 성호’씨, 계속 쓰세요. 이번주 제 칼럼 고료의 20%를 당신께 보낼 테니, ‘말도 걸고 잠도 자고 싶은 사람’과 커피 한잔 드시고 그 얘기 써주세요(납품업체 일괄정리가 가장 두려운 필자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