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대만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6월 상하이영화제와 7월 부천영화제 사이에 열리는 타이베이영화제는 그해의 주요 행사 중 하나였다. 중국어권 영화를 보는 폭넓은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 영화제를 영국 산업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 만든 전세계에서 중요한 50~60개 영화제 리스트에 포함시킨 적이 있다. 타이베이영화제는 언제나 타이베이 시당국과 관계가 좋지 않았고 5년여 전 전체 프로그래밍팀이 사퇴하기도 했다.
그 이후 타이베이 시당국의 관료들은 영화제를 관객이 아니라 정치인을 위한 영화제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타이베이영화제는 125만달러의 시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펀딩 조건이 좋은 영화제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그래밍팀이 들어선지 첫 두해 동안 티켓 판매가 30% 감소했다. 주로 문화기관이 주관하는 영화들을 상영하는 게으른 프로그래밍에 관객이 등을 돌린 때문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영화제가 중국어 영화권에 대한 열린 시각을 포기한 점이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14편의 대만영화, 2편의 홍콩영화, 1편의 중국영화와 현대 싱가포르영화를 기념하기 위한 4편의 싱가포르영화가 포함됐다. 2편의 홍콩영화는 올해 홍콩영화제의 개·폐막작이었던 안서의 <크로싱 헤네시>와 운상의 <암페타민>이다. 중국영화는 베니스와 부산에서 상영된 비루한 옴니버스영화 <청두, 사랑해>였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한국 영화가 각각 견본으로 한편씩 있었고, 소수의 일본영화가 포함되었을 뿐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근대 상하이’ 특별 섹션에 추가적으로 5편의 중국영화가 상영될 예정이었다. 그중 지아장커의 다큐멘터리 <상해전기>(칸영화제에서는 < I Wish I Knew >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와 케빈 황의 말 많은 영화 <파크 상하이>만이 유일한 최근작이다. 다른 영화인 고군서의 <동경심판>은 1940년대 후반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근대 상하이를 묘사하는 일관된 노력에 있다기보다는 대부분 상하이미디어그룹이 제작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들은 지난달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로 했던 8편의 대만영화 프로그램과 상호 교환 관계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8편의 대만영화는 상하이에서 상영되지 않았다. 중국의 주된 영화제인 상하이영화제는 그 영화들을 석달 동안 광고하고, 자료집을 인쇄하고, 시 전체에서 보기 드물게 다섯 번이나 상영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다. 예산이 적은 상하이영화제는 주요 섹션으로 소개하는 대만영화들을 통해 좋은 입장수익을 올릴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 영화들이 ‘중국 타이베이(Chinese Taipei)’가 아니라 ‘중국 대만(Chinese Taiwan)’ 영화로 불릴 것을 염려한 타이베이쪽이 이 섹션을 취소했다. 그 결정이 옳았건 옳지 않았건, 정치를 예술과 관객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타이베이쪽의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타이베이영화제 프로그램의 놀라운 점은 영화제 주된 상영작이었던 중국 지하전영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점이다. 전주영화제가 몇년 전 중국정부의 정치적인 압력에 밀려 지하전영 섹션을 취소해야 했을 때 전주영화제쪽은 카탈로그에 취소 사실을 널리 알렸었다. 대조적으로 타이베이영화제 관계자들은 진짜 정치인처럼 굴었다. 그들은 아직 주류영화계로 향하지 않은 지하전영 영화감독들의 작품마저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자기 역사의 일부분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지금 타이베이의 프로그래머들은 미래가 창창할 것이다. 적어도, 다음 지역선거 때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