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멜로를 벗어나보려고요.” 장맛비가 잠시 숨을 고른 6월 마지막 일요일. 강화도 길정 저수지에서 취재진을 맞은 허진호 감독이 짐짓 포부를 밝힌다. 오늘 그가 도전하는 장르는 판타지. 물고기 대신 음악을 낚는 낚시꾼 이야기다. 단, 영화의 러닝타임은 1분 미만. 이 초단편영화의 정체인즉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12~17일)의 트레일러다. 보아하니 물, 바람, 영화는 이미 도착했고 음악은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는데 뮤지션이자 배우인 김창완이 저편에서 유유자적한 걸음걸이로 다가온다.
주머니가 주렁주렁한 조끼에 모자를 눌러쓴 강태공을 예상했지만 물방울무늬 셔츠와 타이, 찢어진 청바지에 은사슬을 달랑이는 김창완의 차림은 영락없는 로커다. 새집 모양으로 부풀린 머리칼에 연두색 눈화장은 팀 버튼의 비틀주스가 “형님!”할 지경. 올해 초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에서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연극 <낮잠>에 출연한 인연으로 트레일러에 참여한 김창완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전화로 아이디어를 보탤 만큼 적극적이라고. 팔뚝에 그려넣은 문신도 김창완 본인의 솜씨다. 월척이고 황금물고기고 다 필요없고 오로지 영감이라는 ‘청새치’가 낚이기만 기다리는 뮤지션의 휴일이 한컷 한컷 카메라에 담기는 동안 여름날의 긴 해도 저물어갔다. 폴짝폴짝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치어들이 반사하는 한줌 남은 여린 빛이 악보의 이음줄처럼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