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부도덕 교육 강좌>의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를 쓴 탐미주의자라기보다 감독 겸 배우 겸 코미디언인 독설가 기타노 다케시 같다. 여성지에 연재한 글을 모은 이 책은 일상적인 문제들을 주로 다루는데, 그 일상에 대해 부도덕한 생각을 전개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바보 같을 수 있는지, 그런 고정관념 속 도덕을 배반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논하는 책이랄까. 여자에게 밥을 사게 하라든가, 친구를 배신하라든가, 수프는 소리내서 먹으라든가. 심지어 죄는 남에게 덮어씌우라고도 하고, 선생은 교실에서 협박하라고도 되어 있다.
물론 도발적인 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때와 장소, 상황을 가려 행한다면 유용한 조언도 분명 있다. 배꼽을 잡게 하는 동시에 그럴듯하다 싶은 조언 중 하나는 ‘마음껏 참견하라’이다. ‘모르는 남자와도 술집에 갈 수 있다’고 쓴 미시마 유키오의 글(이 책 첫글)을 읽은 어떤 독자가 신혼이었던 그의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작품은 어떤지 몰라도 작가(미시마 유키오)가 어지간히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들었다면서, 그의 아내로 살아가는 게 너무나 가여우니 일찌감치 생각을 고쳐먹으라는 조언이었다. 미시마 유키오는 “‘저도 모르게 그만…’이라는 부분에 진심이 담겨 있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훈훈한 우정의 편지였다”라고 시니컬하게 운을 뗀 뒤 참견을 하는 게 좋다고 결론짓는다. 왜냐고? “참견에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남이 싫어하는 짓을 함으로써 스스로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이고, 더구나 정의감이라는 이름으로 참견을 안전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이 싫어하는 짓만 하고 자기는 조금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의 인생은 영원히 장밋빛이다. 왜냐하면 참견이나 충고는 가장 부도덕한 쾌락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삶과 죽음을 알고 읽으면 미묘한 대목도 꽤 있다. 한 대목에서 그는 다자이 오사무의 약함을 비웃으면서 ‘이왕 죽기로 결심했다면 남에게 폐를 끼치고 성대하게 죽어라’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신의 자살 방지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섬뜩한 조언도 종종 등장한다. ‘여자에게 폭력을 사용하라’기에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듯 오싹함을 느끼며 봤더니, 이별의 순간에 “정말로 사랑했다면 왜 한번도 나를 때려주지 않았나요?”라고 외쳤다는 한 이탈리아 여자의 사연을 예로 들며 애욕의 미묘함을 논한다. 거기까지면 취향 탓일까 했겠지만, “여성에게는 보다 원시적인 동경이 감춰져 있어서 남자의 애정 어린 주먹을 받을 때(많아야 한번이겠지만). 상대의 남자다움을 순간적으로 직감하곤 한다”고 썼다. ‘아니거든요?’라고 하고 싶지만 미시마 선생은 이 세상에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