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섹시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20년을 담은 책이 나왔다. < PD수첩 >을 만들었던 PD와 작가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어,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여러 사건의 뒷이야기부터 누가 봐도 만들기 힘들 게 분명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 들려준다. < PD수첩 >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성역을 가리지 않는 취재에 있다. 최근 ‘법의 날’ 특집으로 법조인들이 가장 질색할 ‘검사와 스폰서’편을 방영하기도 했지만, 종교문제 역시 적극적으로 다루었다. 1995년 방영되었던 ‘소쩍새 마을의 진실’편을 기억하시는지? 자비로운 스님이라고 알려졌던 일력 스님의 비리를 캔 사건이었다. 물론 종교 관련해서 더 유명했던 사건은 ‘이단 파문 이재록 목사!’편 쪽이었다. 신도들이 MBC 주조정실에 난입해 방송이 중단되는 사건을 낳았다.
과거사로 남은 특이한 사건은 이제 웃어넘길 수 있지만, 광우병 관련 보도 때문에 PD와 작가들이 당한 황당한 일은 진행형이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는 PD들의 경험담은 방송과 더불어 이 책을 주목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황우석 사건과 검찰 스폰서 의혹 등으로 이젠 웬만한 배우만큼 낯익은 최승호 PD는 삼성에 대해 비판하는 프로그램이 불가능해져버린 현실을 전해준다. 화제가 되었던 사건의 뒷이야기와 후일담이 있으니, < PD수첩 >의 장수 시청자라면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까지 건드리는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한 생각도 실렸다. 책 뒤표지에 실린 추천사에서, 손석희는 “(2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것이다. 여전히 싸우고 있고, 여전히 회사를 애먹이고 있고, 그래서 여전히 조마조마하다”고 썼다. 그 조마조마함을 감수하는 이 사람들 덕분에, 막장드라마 같은 현실에도 버틸 힘을 얻는다. 책 말미에는 20년간 방송된 프로그램 목록이 실려 있다. 이 목록을 한번 읽어보는 것만으로 대한민국의 지난 20년이 환기된다. < PD수첩 >의 존재 이유를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