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돌고래 편’으로 착각하지 말자. 실제로 ‘보토’라 불리는 분홍돌고래는 남미의 아마존강과 오리노코강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최근 생태계의 파괴로 멸종 위기에 있다. 그러니 영화가 사라져가는 것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또 찾아가는 내용이라는 것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저마다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세 사람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걸려 항상 병원 신세를 지는 지원(오수현), 역시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버려져 휠체어에 의존하는 화분(임호영), 젊은 시절 버린 가족을 뒤늦게 그리워하면서도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쫓기는 대곤 할아버지(한태일)가 그들이다. 우연히 만난 셋은 “만나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분홍돌고래를 찾으러 함께 길을 떠난다. 길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처지를 위로받고, 속내를 조금씩 드러내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전개 형식만 보면 <분홍돌고래>는 전형적인 로드무비다. 그 점에서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인물들간의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 그중 하나다. 그저 각자의 신세 한탄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극적 긴장감도 없을뿐더러 ‘왜 길을 떠나야 하는지’ ‘자신의 마음속 분홍돌고래는 무엇인지’ ‘상대방을 통해 배우고 있는 건 뭔지’ 등 로드무비에서 흔히 볼 법한 주제의식도 찾을 수 없다. 영화를 본 뒤 아름다운 자연 풍경만 기억에 남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2008년 <잊을 수 없는 이야기>로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 초청된 조연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2010년 제1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 개봉지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