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한 무리의 애들이 놀고 있다. 뒤늦게 온 애가 거기 끼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 “내 이름은 아무개야. 나도 같이 놀자”고 씩씩하게 인사한다(어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태도). 2. 놀이에 필요한 도구나 편의를 제공한다(어른들이 생각하는 실용적인 태도). 아동학자들의 오랜 관찰에 따르면 둘 다 ‘효과’가 없단다. 심지어 1의 태도는 오히려 공격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져 배척당하기 십상이다. 2의 태도 역시 별로. (어른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때론 역효과가 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해답’은, 간절한 표정으로 그 놀이가 너무 하고 싶다는 표정을 짓는 거란다(그러면 맘 약하거나 눈 밝은 누군가가 심지어 챙겨주기도). 내 아이를 보니…, 그냥 쓱 낀다. 무리에 특별한 아이가 있지 않는 한 고만고만한 또래 사이에서는 그냥 먹힌다.
아이들의 소통은 어른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동시에 꽤 같다. 어떤 식으로든 진심을 내보이거나, 내가 너에게 특별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도구나 편의를 제공하는 (다분히 어른의 개입에 따른) 꼼수나 규칙과 쪽수를 무시하는 억지(고집이나 오기로 쉽게 모드 전환됨)를 부리면, 혼자 놀거나 울면서 땅바닥과 친구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리려 하는 청와대와 그쪽에 줄댄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니 어릴 때 놀이터에서 어떻게 놀았을까 싶다. ‘역사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게 명분인데, 으하하, 상임위 회의록도 기록에 남거든요? 속이 뻔히 보인다. 올리네 마네 직권상정 하네 마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친박세력과 야권을 분열시키거나 적어도 진빼게 할 수 있고, 일단 본회의에 부의해놓고 시간 끌면서 홍보 세게 하면(요거요거 이 정부에서는 아주 중요해), 7·28 재보궐선거 이후 여론도 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요행심리이다. 벌써부터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원안대로 가면 과학벨트나 세제혜택은 없다’고 어깃장을 놓는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이를 두고 “국민을 이기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생떼다. 4대강 밀어붙이기도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도 무슨 맥락이 보이질 않는다. 하긴, 제 맘에 안 든다고 땅바닥 뒹구는 떼쟁이도 무슨 맥락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다.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