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16강에 들고 말았다. 16강에 간 이상, 전국은 월드컵으로 또 한주를 보내게 됐다. 치킨과 맥주, 이른바 치맥의 전성시대도 한주 연장됐다. 우루과이전을 대비한 부부젤라 구입도 늘어날 거다. 만약 우루과이전에서 승리한다면 10개월 뒤 월드컵 베이비도 우후죽순으로 탄생하지 않을까? 어쨌든 줄어드는 건 극장관객밖에 없는 것 같다(야구경기 관객도 그리 줄지 않았다고 하니). 하필 이번에는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이 각각 토요일과 목요일 오후 8시30분에 열렸다. 우루과이전은 토요일 밤 11시다. 어떤 영화에 개봉 첫 주말인 이때, 관객의 상당수는 거리와 치킨집으로 향할 것이다.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장은 “경기당 3회차 정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경기 이후 회차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11시에 열리는 우루과이전을 예로 들면 9시에 시작하는 회차도 안된다. 거리응원이나 치킨집 등에서 응원을 하려는 사람들은 7시에 시작하는 영화도 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응원은 하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평소 주말에 영화를 보던 사람들도 재미삼아 가곤 하지 않나.” CGV의 이상규 팀장 또한 “극장 관객의 감소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수치를 볼 때 관객의 관심사가 모두 월드컵으로 옮겨갔을 것이란 예상은 무리가 있다. <방자전>과 <포화속으로>의 선전이 그 증거다. “월드컵, 대선, 신종플루, 수능시험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극장관객 수의 증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영향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사실상 그때 콘텐츠의 매력이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예전 월드컵에 비해 이번에는 예매비율에서 남성 비중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형호 실장은 “평상시 남성 대 여성 비율이 4:6이고 월드컵이나 대선 때는 3:7에서 2:8 정도가 되는데, 현재는 5:5에서 4.5:5.5 정도다”고 말했다. 만약 월드컵 시즌이 아니었다면 <방자전>과 <포화속으로>의 남성 관객 비율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특히 <포화속으로>의 경우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이 반가울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개봉 둘쨋주 주말에 우루과이전이 있기도 하지만, 6·25 60주년의 효과를 누리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월드컵 시즌의 극장가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월드컵 중계 상영이다. 경기 중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더 많은 상영관에서 2D와 3D로 상영되고 있다. CGV는 160개 스크린을 확보했다가 200개 이상으로 확대됐고, 우루과이전은 250개관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150개 이상, 메가박스는 5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경기를 상영했다. 메가박스 홍보팀의 이정아 과장은 “코엑스점 16개관 전관에서 상영했을 때 85%의 좌석점유율을 보였고, 3D는 전 좌석 매진됐다”고 설명했다. 김형호 실장은 “중계 상영에 대한 예매성격이 가족영화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1명이 적어도 2명 이상의 티켓을 예매한다는 이야기다. 롯데시네마의 임성규 과장은 “예전에 비해 디지털 영사시스템 보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극장이 영화 외에 다른 콘텐츠로도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월드컵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처럼 관심이 높은 경기들은 중계 상영을 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CGV 이상규 팀장 또한 “영화상영에서 나온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할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극장으로서는 한해 장사를 보전하는 방법이지만, 영화를 걸어놓은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만약 한국대표팀이 16강을 넘어 8강, 4강까지 진출한다면 어떨까. 누군가에게 올여름은 긴장으로 가득한 계절일 것이다. 월드컵은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