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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컴 온, 웹툰
문석 2010-06-28

창의성이라는 차원에서 할리우드영화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제기됐다. 거기에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만 고집하는 스튜디오들의 방침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다. 스튜디오들이 거대 미디어자본 아래 놓여 있고 미디어자본은 다양한 금융투자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까닭에 이들의 급선무는 안정적인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이 된다. 스튜디오들의 이윤을 안정화할 방법론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영화의 독창적 색채를 흐릿하게 하는 대신 규모를 키운다(CG는 규모를 키우는 최고의 저비용 고효율 방법론이다). 개봉주 박스오피스 성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린다. 성공했던 영화의 경우 속편을 만든다.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원작(그중에서도 슈퍼히어로를 다룬 만화나 그래픽 노블)의 판권을 계약한다 등등등.

그러니까 작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영화가 갈수록 나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화에 대한 스튜디오나 제작사의 확약없이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스펙 스크립트’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이런 스펙 스크립트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이는 할리우드의 한축을 담당하는 에이전시가 경쟁을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이런 환경이라면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영화가 나오기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빈센조 나탈리 감독도 장준환 감독과 대담에서 “할리우드에서 (내게) 보내는 시나리오의 80%는 리메이크 아니면 속편”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한국의 경우 할리우드보다는 창의적인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확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한국영화 시스템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부실하기 때문이다. 산업규모가 작은 탓에 전세계인의 평균적 입맛을 맞출 필요도 없고 에이전시가 분화돼 있지도 않으며 원작 시장이 그리 크지도 않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 창의적 시나리오의 상당수는 전문 작가보다 감독에 의해 생산돼왔던 탓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는 독창적”이라는 세계의 찬사가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잦아들고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이 한계는 현실화된 듯 보인다. 영화의 소재와 원천을 확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한 충무로에게 웹툰은 중요한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주 특집기사를 읽다보니 한국의 웹툰 문화는 활성화 단계를 넘어 이미 활짝 만개했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들 또한 한국영화에 애정을 가졌고 영화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웹툰이 한국영화의 창의성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충무로 제작자와 감독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하나만 더. 영화화가 좌절된 강풀 작가의 <26년>도 다시 제 궤도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직도 관련자들이 침묵하고 있지만, 만약 정치권의 압력이 배후에 있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씨네21> 또한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