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반갑다. 왜 이제야 나왔나 싶다. <한겨레> 논설주간이었던, 한때 <씨네21>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 글을 쓰기도 했던 김선주의 산문집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얘기다. 오랜 시간 써온 글을 모은 책인데도 2010년 대한민국이라는 맥락이 그대로 살아 있으니, 약간은 신기한 마음마저 든다.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허리 졸라매 없는 돈을 쥐어짜 허세를 부리고 싶어 하거나, 무엇이 바른 일인지 뻔히 알면서도 눈앞의 편안함에 젖어 바르지 못한 삶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심리는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1995년에 쓴 교육문제 관련 글은 이렇다. “고등학교에서 국·영·수 시간은 잠자는 시간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외를 통해 이를 따로 공부하고 있고, 교사도 그런 전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로선 과외 수업이 입시에 훨씬 효과적이고, 학교 진도가 과외 진도보다 늦기 때문에 부족한 잠을 수업 시간에 보충한다는 것이다.” 15년이 지났는데도 별 차이가 없어 놀랄 지경이다. 월드컵이 한창인 이때,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도 있다. 월드컵 출전 선수들에게 주는 포상금을 출장 횟수 등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겠다는 축구협회의 결정에 대한 지적을 담았다(“비록 실패를 했지만 차두리가 오버헤드킥을 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는가”같은 대목을 보고 있으면, 8년이나 지났는데 차두리는 왜 그대로인가, 역시 그는 로봇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지금 서른이라면’이라는 장에 실린 글을 읽으며 그 어느 때보다 웃기도 하고 한숨짓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분단문제에 대한 글에서, 누군가는 나이듦에 대한 글에서 공감을 얻을 것이다. 김선주라는 인간에 대해서건, 이 책에 대해서건, 가장 고마운 일을 꼽으라면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을 달래준다는 데 있다. 각잡고 책상 앞에 앉아 읽기보다 화장실에 두고 온 가족이 한 토막씩 짬짬이 돌려 읽기를 권한다. 혼자 읽기는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