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 스타킹과 달라붙는 코르셋을 입은 다코타 패닝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를테면 마돈나를 코스프레하는 다코타 패닝이라니. 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키스신이나 마약에 취해 몽롱한 얼굴을 보는 것도 다소 죄짓는 기분이다. 그런데도 보다보면 어린 시절의 다코타 패닝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때의 다코타 패닝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남자를 홀려버린 마성의 아이였다. 남자들은 그녀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걸었고(<맨 온 파이어>), 살인을 저질렀다(<우주전쟁>).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아이였던 다코타 패닝은 성적 호기심을 뛰어넘는 무성의 존재였다. 3년 전에 출연한 첫 주연작인 <하운드 독>은 영화 속 성폭행 장면 때문에 배급사가 상영을 거부했었다. 장면 자체의 잔혹성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속내는 다코타 패닝을 향한 무한한 보호본능이지 않았을까? 17살이 되어 만난 <런어웨이즈>는 그런 외부의 벽을 패닝 스스로 무너뜨린 작품이다. 난 이제 더이상 소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코타 패닝의 2차 성징은 단지 성장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