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란의 중견 감독 카말 타브리지가 신작 한편을 발표했다. 1999년 <엄마의 사랑>으로 그해 베를린영화제 어린이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그의 신작 제목은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다. 웃음과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란의 한 산간 마을에 마라톤을 하는 중년의 일본인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웃음과 활기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일본의 코미디언 하자마 간페이. 이 작품의 제작배경이 매우 감동적이다. 올해 60살의 하자마 간페이는 일본의 저명한 코미디언으로, 2008년 12월부터 ‘지구-마라톤’이라는 이름의 세계일주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다. 오사카를 출발하여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인데, 대륙간 구간은 요트를 타고 건너는 방식이다. 2009년 7월 미대륙 횡단을 마친 뒤,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프랑스 르아브르, 덴마크 코펜하겐을 거쳐 이란을 지나는 도중에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에 출연한 것이다.
암도 꺽지 못한 달리기
2003년에 <바람의 카펫>으로 일본과 합작한 경험이 있는 카말 타브리지는 하자마의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를 응원하는 방법으로 그를 주연으로 하는 장편극영화를 만든 것이다. 하자마가 ‘지구-마라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듯이, 타브리지는 영화에서도 하자마가 희망을 잃어버린 산간 마을 사람들에게 기적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겨 그를 응원하고 있다. 촬영은 2월24일부터 3월1일까지 7일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두 사람, 일본의 코미디언과 이란의 중견 감독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한편의 영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하자마의 달리기는 그의 공식 블로그(www.earth-marathon.com)를 통해 모든 과정이 공개되고 있다. 그가 현재 달리고 있는 위치는 구글맵을 통해, 그리고 영상보고서는 유튜브에서도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4월14일, 이란을 거쳐 투르크메니스탄에 들어간 하자마가 전립샘암 때문에 달리기를 중단하고 두달간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기로 한 것이다(암이 발견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달렸었다). 그는 홈페이지에서 치료를 마친 뒤 다시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동안 그가 달린 거리는 484일 동안 32500km. 애초 2010년 연말경 규슈에 도착하기로 했던 그의 일정은 치료 때문에 내년 3월경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는 지난 3월에 열린 오키나와영화제에 공개됐다. 오키나와영화제의 주최사인 요시모토흥업이 <니혼TV>, 광고회사 덴쓰와 함께 제작비를 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브리지 감독은 이 작품을 다시 손보고 있다. 특히, 영화 시작 부분에 ‘지구-마라톤’을 소개하는 짧은 다큐멘터리를 삽입할 예정이다. 이 영화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를 관객에게 자세히 알리기 위해서다.
혹 하자마를 응원하고 싶으신 분은 그의 블로그에서 서포터스클럽에 가입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