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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에게 손 대지 마!” <여대생 기숙사>
김도훈 2010-06-23

슬래셔 호러영화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80년대. 오리지널 <여대생 기숙사>(The House on Sorority Row)는 국내 개봉관과 비디오 대여점에서 꽤나 은밀한 인기를 모으던 이류 슬래셔영화 중 한편이었다. 이야기는 너절하고 살인장면도 허접하기 그지없던 이류 슬래셔가 인기를 모았던 이유는, 물론, <여대생 기숙사>라는 섹시한 제목 덕분이다. <나이트메어>나 <13일의 금요일>의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자면 80년대 슬래셔들이 무기로 내세운 건 ‘난도질’과 ‘섹스’였고, <여대생 기숙사>는 알찬 소녀들의 알몸을 전시하는 시대정신에 충실한 영화였다.

새롭게 리메이크된 <여대생 기숙사>는 지난 10여년간 처절하게 진행되어온 80년대 슬래셔 리메이크 광풍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데 제작진은 기숙사 사감의 죽음으로 벌어지는 오리지널의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완전히 새로 업데이트했다. 졸업을 앞둔 여섯명의 여대생은 친구 메건이 섹스 도중 죽은 척을 하고 남학생을 놀리려는 계획을 추진한다. 그러나 실제로 남학생이 메건을 죽여버리자 여섯 친구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메건의 시체를 폐광에 버리고 비밀로 묻어둔다. 물론 슬래셔영화 속에서 누군가는 그들이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여대생 기숙사>는 최근 만들어진 슬래셔 리메이크 중에서도 가장 장르적 재미가 쏠쏠한 축에 속한다. 슬래셔영화라는 게 원래 소리를 지르며 폭소를 터뜨리기 위한 장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제작진은 구태의연한 장르적 장치를 마음껏 가지고 논다. 여대생들은 살인마 앞에서도 능청과 교만과 뻔뻔함으로 맞서고, 살인마의 정체는 너무 말도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다. <스타워즈>의 레이아 공주 캐리 피셔가 기숙사 사감으로 등장해 “우리 애들에게 손 대지 마!”라고 소리치며 살인마와 샷건으로 대결하는 장면에서 장르팬들은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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