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망포르노가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오바라 히로유키의 1980년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한 <뒤에서 앞에서>는 한 여자 택시 기사의 이야기다. 영업 성적이 안 좋은 여자 택시 기사 모모코(미야우치 도모미)는 고민 끝에 여자의 무기를 사용하는 비책을 쓰게 된다. 남자 손님에게 운전을 시키고 자신의 얼굴을 그 아래에 묻거나, 의자를 뒤로 젖혀 남자 손님 위에 올라타 운전을 하기도 한다. 이후 떼돈을 벌기 시작하지만 매춘방지법 위반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 경찰에 쫓겨 택시를 타고 도주하던 모모코는 마치다(가나하시 요시키)라는 남자를 만나 태우게 된다. 그는 유산한 아내의 과거를 알고 그 곁을 떠나버린 남자다.
<뒤에서 앞에서>라는 음란한 제목은 그저 상상하는 그대로다. 앞뒤 차 모두와 부딪혀 사고를 낸 모모코가 수리비 보상 대신 차주들과 그렇게 관계를 맺었기 때문. 그외 야한 복장으로 세차를 하고 뜬금없이 레즈비언 섹스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주기적인 성적 묘사만 담아내면 자유로이 자신의 연출을 뽐낼 수 있었던 전형적인 로망포르노 작품이다.
영화는 과거 큰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과거를 떠올리고 싶어 하는 여자와 한 여자에게 상처를 주고 방황하면서 반대로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하는 남자가 만나 펼쳐가는 이야기다. 그렇게 나름 진지한 가운데 핵심은 모모코의 경우 뒤에서 앞에서 누군가 안으면 바로 흥분하기 때문에, 그들 각자의 사연과 무관하게 그럴 땐 언제 어디서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하는 <뒤에서 앞에서>는 로망포르노 특유의 구조와 전개, 유머의 방식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