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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scope] 월드컵, 그게 뭐예요? 우린 더빙하기 바빠요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0-06-22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 제작 연구과정 3기 <집> 더빙 현장

“녹음실 스케줄이 월드컵 기간밖에 안 나더라고요. 이때 더빙해야죠.”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첫 게임 그리스전이 있던 지난 6월12일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 중대한 경기를 볼 수 없어 애니메이션 <집> 제작진의 원성이 깊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박근영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을 법도 한데 스튜디오 문을 열었더니 축구는커녕 ‘백분토론’이 한창이었다.

“대사할 때 행동도 함께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박미선 공동감독) “팔이 움직일 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대사를 방해하는 건 아닌지.”(박은영 공동감독) 희주(목소리 하재숙)가 가영(목소리 김꽃비)에게 입은 옷을 보여주는 장면을 녹음하다 말고 벌어진 토론이다. 감독이 다섯인 만큼 의견도 제각각이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김꽃비는 극 중 희주처럼 두팔을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어쩔 수 없어. 오늘 행운색이란 말이야”라고 직접 해보이기도.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던 중 해결사가 나타난다. 극중 집신의 목소리를 맡은 최정호 KBS 성우다. “그건, 그냥 (두팔을 들었다 내리면서) 하면 되지 않나. 물론 잡음이 들어가겠지만 중요한 건 자연스러운 거니깐….” 김꽃비가 “감독님들이나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아요”라고 귀띔해준다. 총 5일 중 첫 더빙을 하고 있는 이현진 공동감독은 “배우 김꽃비, 하재숙과 집신들을 맡은 성우들(최정호, 오인실, 최하나)의 균형을 잡는 것”이 이번 더빙의 최대 관건이라고 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 제작 연구과정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집>은 <제불찰씨 이야기>(2008), <로망은 없다>(2009)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시장 한복판에 있는 상가 건물의 옥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27살의 여주인공 가영이 옥상마을로 이사오면서 시작된다. 가영이 이곳에 사는 집신과 함께 재개발에 맞서는 내용으로, 개발의 광풍에 휩싸인 대한민국의 풍경이 자연스레 겹친다. “사람들은 집을 돈을 매개로 사고 파는 대상으로만 인식한다”는 이현진 공동감독은 “그러나 집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며 “이 작품을 통해 ‘잊혀진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은 오는 7월 말까지 제작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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