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프로그램 녹음을 갔다가 담당 작가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은 일이 있었다. 밥을 먹으며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카모메 식당>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녀는 눈을 빛내면서 카모메 파티를 연 적이 있었다고 했다.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에 나온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면서 당시 사진들까지 보여주었는데, 영화 분위기와 파티 분위기가 묘하게 닮아 부럽게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 <라이프: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을 봤을 때 생각난 건 그녀였다. <카모메 식당>의 음식감독 이이지마 나미가 쓴 홈메이드 푸드 레시피를 담은 이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와 시게마쓰 기요시, 다니카와 순타로 등이 쓴 관련 음식에 대한 에세이까지, 뭐 하나 빼놓을 게 없는 맛깔난 성찬이다. 일본인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얻어먹게 되는 소박하고 따뜻한 가정식과 꼭 닮은.
햄버그 스테이크나 (종류별)샌드위치, 카레라이스처럼 낯익은 음식도 있지만 오하기처럼 생소한 요리도 눈에 띈다. 오하기는 요리라고 해야 하나… 밥과 간식의 경계에 있는 일종의 떡이다. 찹쌀과 멥쌀을 섞어 만든 경단에 팥고물을 묻혀 만드는데 그야말로 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요리다. 일본에 놀러갔을 때 지인들을 따라 산속에서 열리는 새벽시장에 간 적이 있는데, 산마을에서 유명한 할머니가 만든 오하기를 추천해서 사 먹었더랬다. 투박한 팥덩어리 이상으로는 안 보이는 생김새에 구입을 망설였더니(커다란 오하기 두 덩이씩을 포장해 팔고 있었으므로 내가 아무리 팥덕후라도 약간 무서웠다) 동행한 두 사람이 입을 모아 “일단 맛을 보면 네 것을 따로 안 산 것을 평생 후회할 것”이라고 협박에 가까운 추천을 해 지갑을 열었다. 차로 돌아와 한입 베어무는데 달콤하고 둥글고 밥이면서 간식인 오묘한 맛의 재미에 “으흐흐흐” 웃어버렸다. 이 오하기라는 음식에 대해 칼럼니스트 이토이 시게사토는 “이건 나의 소중한 오하기다. 밥이냐 과자냐 하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단지 내게 소중한 존재일 뿐이다”라며 코믹한 비장미를 담은 글로 오하기를 예찬했다.
야외에 놀러나갈 때 먹기 좋은 주먹밥, 반쯤은 분식집 맛이 나는 집에서 만든 나폴리탄 스파게티, 혼자서도 기분좋게 한끼를 먹을 수 있는 오므라이스 등 다양한 레시피가 정성스레 찍은 사진과 함께 등장한다. <카모메 식당>의 음식감독이 쓴 책답게, <카모메 식당>에 등장했던 쇼가야키(돼지생강조림)도 소개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진심으로 경고한다. 절대 배가 고픈 상태에서 이 책을 펴지 말 것. 턱받이가 필요할 정도로 침이 질질 입안 가득 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