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어릴 적 첫눈에 반한 크리스타벨(패리스 힐튼) 때문에 커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못하는 남자 네이트(조엘 데이비드 무어)의 사랑 찾기다. 어릴 적 동네로 찾아가 크리스타벨을 만나지만, 그녀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추녀 준(크리스틴 라킨)이 걸림돌이다. 크리스타벨은 준이 연애를 하지 못하면 자신도 미안함에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 수 없을 거라고 선포한 것. 결국 네이트는 크리스타벨을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준의 상대를 찾으려 두팔 걷고 뛰어든다.
미녀와 추녀를 사이에 둔 한 남자의 진정한 사랑 찾기라는 점에서만 보자면, 이 영화는 두 여성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설파한 스테디 멜로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이 될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취소다. <섹시한 미녀는 괴로워>에서 그런 미덕을 기대하긴 힘들다. 이미 할리우드에서 ‘최악의 영화’로 정평이 난 이 영화에 대한 소문은 과장이 아니다. 영화는 거의 전반부부터 크리스타벨을 연기하는 패리스 힐튼이 얼마나 아름답고 섹시하며 황홀한지에 대해서 귀가 닳도록 설명하지만, 일관되게 굳은 표정과 삐쩍 마른 몸매의 힐튼에게서 그 감흥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첫 주연이자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인 만큼 패리스 힐튼의 욕심이 시나리오에 다분히 반영된 게 틀림없다. 물론 온몸이 털투성이에다 얼굴엔 사마귀가 나고, 이빨은 죄다 썩은 친구를 옆에 세워두고, 그녀를 위해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천사표 심성까지 마련하는 극약처방에도 힐튼은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굳이 힘들게 떠들지 않아도 이미 골든 라즈베리가 힐튼에게 그해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안겨주긴 했다. ‘섹시한 미녀가 괴로운’ 게 아니라 힐튼의 과장투성이 자화자찬을 지켜봐야 하는 관객의 고충이 만만치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