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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기에 겪는 갈등 <섹스, 파티, 그리고 거짓말>
강병진 2010-06-16

영화 속 청춘들에게 대책 따위는 없다.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토니(마리오 카사스)와 니코(욘 곤잘레스)는 마약을 팔아 유흥비를 마련하려 한다. 파즈(미리엄 지오바넬리)는 살이 쪘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잘리고 애인에게 차인다. 레즈비언인 마리나(아나 마리아 폴보로사)는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뒤 이후의 관계를 걱정한다. 파즈의 친구이자, 그녀의 애인이었던 카를로스를 사랑하는 카롤라(아나 디 아르마스)는 약물중독 증세를 보이는 연인이 안쓰럽다. 불투명한 미래와 확신없는 사랑에 빠진 이들이 대책 대신 찾는 건 술과 마약, 클럽, 섹스, 파티 그리고 거짓말이다.

<섹스, 파티 그리고 거짓말>은 2009년 스페인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한 흥행작이다. 영화 속의 현실이 현재 스페인에 살고 있는 젊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마약과 섹스에 빠진 젊은이들의 모습이 연속적으로 나열되지만, 그보다도 ‘거짓말’이 중요해 보인다. 극중 청춘들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기 위해, 혹은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술과 마약에 빠질 수밖에 없는 괴로움의 이유는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겪는 갈등은 전세계 청춘들이 공유하는 현재이자 과거일 것이다. 그만큼 이 시기의 방황을 밀도있게 그린 작품들도 많다. 멀게는 <트레인스포팅>부터 가깝게는 <스킨스>를 꼽을 수 있다. <섹스, 파티 그리고 거짓말>은 이들에 비교할 때 밀도가 떨어지는 영화다. 다종다양한 인물을 내세운 영화는 중심이 될 만한 뚜렷한 이야기를 배제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속 깊은 정서를 드러내는 연출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섹스, 파티 그리고 거짓말>은 스페인의 현실적 풍경을 담은 일종의 풍속도에 가깝다. 현실을 포착하겠다는 의지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면, 스페인 사회의 강렬한 혈기가 좀더 생생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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