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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노 임팩트 맨>
이영진 2010-06-16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머지않아 마실 물이 부족하고, 머지않아 말라리아떼가 공격한다. 머지않아 해수면이 넘쳐 인류가 익사 위기에 처하고, 머지않아 인류는 방독면을 쓰고 거리에 나서야 한다. 환경영화는 악몽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경고투성이다. 문제는 ‘머지않아’ 들이닥칠 재앙의 경고들이 전혀 경각심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악몽은 이미 시작됐고, 이내 종말이 들이닥친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환경영화는 강한 비판의 어조를 띨수록 보는 이들을 지치게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노 임팩트 맨>은 참신한 접근의 환경영화다. 내일 아침에 해가 동쪽에서 안 뜰지도 모른다는 충격효과를 주입하지 않고 오늘 아침에는 직접 장을 본 유기농 채소로 테이블을 꾸며보는 게 어떨까 제안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가 만만한 건 아니다. 하나만 예로 들면, 콜린 베번 가족이 실천하려는 것은 단지 ‘쓰레기 버리지 않기’가 아니라 아예 ‘쓰레기 만들지 않기’다. 처음엔 ‘노 임팩트 맨’이 뭐 대수야, 라고 생각했을 콜린 베번 가족은 점점 난관에 봉착한다. 그들은 비닐봉지 대신 천을, 1회용 컵 대신 유리병을 쓰는 것만으로 미션을 완수할 수 없다. 쓰레기 제로 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콜린 베번 가족은 결국 꼬물거리는 지렁이를 집 안에 들이고, 이로 인해 이들의 집은 파리가 들끓는 상황에 처한다. <노 임팩트 맨>이 만약 설교조의 다큐멘터리였다면, 우리도 <뉴욕타임스>의 기자처럼 콜린 베번 가족을 손가락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 임팩트 맨>은 “나를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보는 이를 범죄자 취급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우리처럼 유난을 떨어야 세상이 바뀐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가 사는 세상은, 5분 이내에 폐기될, 쓰레기로 가득 찬 세상임을 환기한다. 환경 선구자의 길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못된 습관의 유혹 앞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을 비추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들의 생활이 더 궁금하다면, 최근 출판된 <노 임팩트 맨>(콜린 베번 지음, 북하우스 펴냄)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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