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직전까지, 각국 전력 분석만큼이나 자주 들려오는 소식은 남아공의 극도로 불안정한 치안에 대한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아프리카에 대한 뉴스가 폭력과 무관하기란 얼마나 힘들었나. 아프리카 문학이 (인종차별을 비롯한) 정신적 폭력과 (부족간의 대학살과 같은) 물리적 폭력을 주로 다루는 건 당연해 보인다. 우웸 아크판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예수회 사제인데,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면서 <뉴요커>에 단편을 발표해왔다. <한편이라고 말해>는 그렇게 발표했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그 자신이 직접 돌아본 케냐,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르완다의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첫 번째 단편 <크리스마스 성찬>의 무대는 케냐. 주인공 소년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집에서 형제자매들과 복닥거리며 크고 있다. 그는 한참을 고대하던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설렘에 들뜨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누나가 몸을 파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 누나가 창녀촌에 들어가 돈을 모으겠다는 생각을 말할 때, 말리고 싶지만 말릴 수 없는, 학교에 너무 가고 싶은 소년의 마음이 절절하게 그려진다. 대체 이들의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이야기가 가난과 굶주림, 아동학대, 종교 및 인종분쟁을 다루고 있고, 주인공은 어린이들이다. 소설집의 제목이 된 “한편이라고 말해”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설 때 살아남기 위해 꼭 해야 할 말, 그 어떤 종교의 기도문보다 효과적으로 아이를 살릴 수 있는 한마디다. 자의로 선택할 수 없었던 부족의 이름 때문에 혹은 종교 때문에 언제라도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사람들이 물으면, 너는 그들과 같은 부족이라고 말해. 알겠니?”라고 아이에게 당부한다. 그 말에 숨은 뜻이 부모의 죽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모르는 아이의 순진함이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한편이라고 말해’라는 제목의 단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편집의 제목이 된 데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관통하는 뼈아픈 한마디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이라고 말해>는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