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진실을 밝힌다. 아두르 고팔라크리슈난 감독이 의장을 맡고 므리날 센, 샴 베네갈 등 인도의 대표 예술영화감독들이 고문으로 포진해 있는 PSBT(Public Service Broadcasting Trust)는 미디어 산업의 민주화를 주창하며 현재까지 360편의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을 통해 인도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매달 열리는 인디아 해비타트 센터(India Habitat Center) 정기 상영회는 시민과의 소통의 장으로 확고한 자리를 굳혔는데, 최근 상영된 다큐멘터리 한편은 그 어느 때보다 인도 깊숙한 곳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인큐어러블 인디아>(Incurable India)다.
그런데 인큐어러블 인디아? 인도 관광청의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라는 광고문구를 본 적 있는 독자라면 오타가 아닐까 의아함을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인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인큐어러블 인디아’라는 문구가 훨씬 절실하게 와닿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메쉬 아그라왈 감독의 다큐멘터리 <인큐어러블 인디아>는 인도 의료계의 부조리를 여지없이 폭로한다. 3만여명의 의사가 7억5천만명이나 되는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인도에서 벌어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은 관객의 낯을 뜨겁게 만든다.
인도 동부 오리사주의 산골에 사는 한 여성은 병원을 찾아 들것에 실려 하루 종일 이동한다. 사실 찾아다니는 것은 병원이 아니라 의사다. 재정부족이라는 이유로 건물만 덩그러니 놓인 병원이 태반인 현실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가 운영하는 전인도의학연구소에는 새벽 2시부터 번호표를 받기 위한 긴 줄이 생긴다. 하지만 번호표가 끝은 아니다.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의사를 만나 진찰을 받고 나면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긴 줄을 서야만 한다. 2년 뒤로 잡힌 수술 일정. 과연 환자는 2년 동안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관객의 질문은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현실의 적나라함이 너무 낯선 데서 오는 충격이자 우리가 내뱉을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우메쉬 아그라왈 감독은 <인큐어러블 인디아>가 마이클 무어 감독이 <식코>에서 다룬 미국 의료업계의 현실이 보여주지 못한 요소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체 인구 12억명 가운데 하루 1달러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구가 4억명에 가까운 인도 이야기는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함께 빈곤국의 현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인큐어러블 인디아>는 현재 직접 찾아가는 상영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지만 조만간 700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도 국영TV <두르다르샨>(Doordarshan)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2009년 4월부터 미국의 Syncline Films Pvt Ltd의 VOD 서비스를 통해서도 PSBT의 제작지원을 받은 다큐멘터리 작품를 만날 수 있다.
많은 해외영화제에 소개하고 싶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었나
=인도에서 의사는 예나 지금이나 신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돈 없이는 만날 수 없는 신이 돼버렸다. 이런 변화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궁금했다. 처음엔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들이 제대로 운영됐으면 하는 생각에 공정한 규제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반 민영병원이 운영되는 이면까지 들여다보니 이건 ‘치유할 수 없는’(incurable) 수준이더라.
-거대 병원들의 운영과정을 촬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민영병원들의 경우 입원실이 비어 있는데도 환자를 받지 않는 상황을 담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실제 번호표를 받고 진찰받는 과정을 담는 데 조사와 계획을 포함해서 5개월이 소요되었는데 그 과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정부 의료기관의 치부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가 조만간 국영방송에서 방송된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상영 뒤 토론에서는 좋은 면을 찍어보라는 지적도 나오던데….
=좋은 면이야 해당 기관이 알아서 세상에 알리고 있고. 국영방송을 통해서 방영되는 점은… 음… 인도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원래 이번 작품에 인도의 의료보험 얘기를 넣고 싶었다. 하지만 독립된 주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자료수집과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인큐어러블 인디아>를 들고 좀더 많은 외국 영화제들에 참가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