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는 포드캐스트 팬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울을 가로지르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보내야 하는지 생각하면 헤드폰을 끼고 지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새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걸 들을 수 있는 게 너무나 행복하게 느껴진다. 포드캐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은 놀라울 정도다. 요즘 같은 시절이면 트위터 계정과 아이포드만 있으면 현대 세계영화에 대해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는 게 가능할 듯하다.
어떤 면에선 포드캐스트를 만드는 것도 쉽다. 디지털 포맷으로 오디오를 녹음해서 인터넷에 올리고 사람들이 그걸 다운로드해서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로 듣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좋은 리뷰를 쓰는 기술이 있듯, 좋은 영화 관련 포드캐스트를 만드는 특별한 기술도 있다(비디오캐스트는 다른 포맷이니까 여기서 잠시 무시하기로 하자).
한 사람이 녹음한 포드캐스트는 아무래도 재미가 없다. <월 스트리트 저널> 영화평론가인 조 모겐스턴은 자신이 쓴 리뷰를 읽는 4분짜리 포드캐스트를 매주 올린다. 그는 퓰리처상을 받은 평론가로 언어적 재능이 뛰어나다. 그러나 그런 그의 포드캐스트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사람 없이는 무미건조하게 들릴 뿐이다. 다른 형태의 영화 관련 포드캐스트는 영화 상영 뒤 Q&A를 녹음한 것이다. 뉴욕의 <필름포럼>이 이런 형태의 포드캐스트다. 그러나 해당 영화를 소개하지 않고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경우 혼란스럽다. <크리에이티브 스크린 라이팅>의 편집자인 제프 골드스미스가 실제 관객 앞에서 시나리오작가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크린 라이팅> 포드캐스트는 성공적인 축에 속한다. 제프 골드스미스는 다소 짜증나는 사람인데다 그가 자신보다 생각이 깊고 유려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을 듣기가 다소 괴롭기는 하지만, 들으면서 시나리오 작업에 대해 많이 배웠다.
최고의 포드캐스트는 기술적으로도 잘 만들어지고 정규적인 포맷이 있으면서 단순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을 포함해 여러 명이 나오는 경우다. 이들 중 몇몇은 라디오 쇼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포드캐스트 포맷으로 만든 경우다. 아니면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의 훌륭한 포드캐스트처럼 작가와 저널리스트들의 토론을 포드캐스트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관련 포드캐스트는 할리우드 산업 관련 뉴스를 요약해주는 <더 비즈니스>, 영국 신문 <가디언>의 평론가들의 토론과 인터뷰를 모은 <필름 위클리>, 평론가 다나 스티븐스가 진행하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영화 분석인 <슬레이트 스포일러 스페셜>, 특히 <BBC> 라디오의 <마크 커모드와 사이먼 마요의 영화 리뷰>는 영화에 대해 말하는 기술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러고보니 당연한 질문이 남는다. 영화 관련 한국어 포드캐스트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놓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이튠즈에 한국말로 “영화”라고 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이제 한국에도 영화 관련 포드캐스트가 생길 때가 아닐까. 영어권 포드캐스트의 예로 볼 때 대부분의 최고 포드캐스트는 전문지식이 뛰어난 저널리스트들이 있는 신문 혹은 잡지에 의해 만들어진다. 초미의 관심사인 영화의 언론 시사회 다음날 (예를 들어) 문석, 주성철, 김도훈, 김혜리 기자가 모여 앉아 영화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포드캐스트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내 생각에는 많은 독자와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그 포드캐스트를 다운로드해서 차나 지하철을 타고 가며 들을 것 같다. 인기가 손짓하네요. <씨네21> 기자들이여, 포드캐스트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