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이렇게 서두른 걸까. 나로호 발사 직전 난데없이 소화기에서 소화액이 뿜어져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누가 일부러 사고친 게 아닌가 싶었다. 쏘기 싫어서. 실패할까봐.
바로 다음날 쏘아져올린 나로호는 곧 폭발·추락했다. 2차 발사도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1차 발사 실패를 두고 러시아와 책임공방을 벌였는데 이번에도 누구 탓이냐 말이 많겠다. 러시아 사람들이 어서 빨리 귀향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꿀꿀한 지방선거 결과를 딛고 ‘우주강국의 꿈으로 국민 자긍심을 고취’해주고 싶으셨던(누구일까요) 걸까? 정작 나로도에는 기술진보다 공무원이 더 버글거렸다는데. 에이, 빨리 끝내고 월드컵 보려고 그랬던 거겠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 운운부터가 난센스다. 나로호는 러시아의 구형(1970년대) 군용 로켓을 생산 단가를 낮춰 수출용으로 개조한 것을 우리가 시험 모델 상태로 우선 구매한 것이다. 말로만 공동개발이고 순전히 조립구매였다. 한마디로 러시아가 우리 돈으로 우리 땅에서 자기들 로켓 상용화 실험을 한 셈이다. 원로공학자 정선종 박사는 <사이언스온>에서 “돈없는 러시아를 상대로 기술이전 협상은 쉽게 이뤄졌지만 정작 대부분의 핵심 기술 사용권은 미결 상태이고 앞으로도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로켓 수출에 사활을 건 러시아가 기술을 쉽게 넘길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있다 해도 지나친 비용이라는 지적이 이래서 나온다. 게다가 나로우주센터는 러시아 로켓에 맞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로켓이나 기술을 들여온다고 해도 바로 사용할 수가 없다. 따라서 러시아 로켓 값은 점점 비싸질 게 뻔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나로도에 득실댔던 러시아 보안요원들은(기술자 말고!), 기술 유출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시설과 장비의 출입이나 조작도 통제했다고 한다(러시아 말로 카운트다운할 때부터 이상했어). 노태우 정권 때의 차관을 갚지 못해 공동개발 협정에 순순히 응했던 러시아가 왜 이런 지위를 누리게 된 걸까. 우주강국의 꿈에 취해 무리하게 서두른 탓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메이드 인 러시아 군용 로켓 조립품을 조급하게 쏘아올리느니, 실용 과학위성을 준비해 발사 시험을 하며 내실을 기하자고 호소한다. 이런 시간과 예산 낭비라니. 차라리 내가 발레리나가 되는 게 더 낫겠다. 아니, 축구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