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개미 한 마리가 있다. 개미는 풀잎을 타고 열심히 오르고, 떨어지고, 다시 오르고 또 오른다. 이유? 이 개미의 뇌가 창형흡충이라는 작은 기생충에게 점령당했기 때문이다. 뇌 기생충은 개미의 목숨이야 어찌되건, 자기 자손에게 이득이 되는 위치로 개미를 조종한다. 이같은 일이 인간에게도 일어날까. 꼭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은 종교를 위해, 하나의 생각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고통을 용감하게 받아들이고, 목숨을 내던지지 않던가. 인간에게는 번식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욕구가 내재해 있지만, 동시에 유전적 명령을 초월하는 능력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지적인 영웅’으로 여기는 생물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종교비판서 <주문을 깨다>의 부제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종교라는 주문에 사로잡혔는가?’
<주문을 깨다>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다루어지던 종교 비판을 진화생물학적으로 파고든다. 다윈의 진화론에 기반을 두고 미국을 텍스트로 해 풀어가는 이 책은 신은 망상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펴나간다. 종교에 대해 과학적 분석을 하려는 시도만으로도 불경하다거나 신성모독이라는 말을 듣는 나라에서 데닛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한다. 무엇을 믿는가가 왜 중요한가? 당신의 종교는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종교는 우리를 도덕적으로 만드는가? 현실적인 예시를 통해 논리를 이해하기 쉽게, 때로 유머러스하게 펴나가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예컨대 말장난으로 무신론자를 유신론자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만일 신이 크고 작은 모든 생명체를 만들어낸 어떤 것(어떤 것이든)의 이름이라면, 신은 결국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과정일 수도 있다는 식이다. 종교가 인간을 구한다면 베트남 전쟁 때 담배에서 큰 위안을 얻고 구원받았다고 느낀 병사들은 어떨까. 담배도 인간을 구원한다고 말할 수 있나.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긴급하게 제기하는 문제는 종교적 양육과 교육이 어린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연하게도, 이 책이 성가대석에 앉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