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좀비의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은 실패작이었다. 문제는 시답잖은 정신분석학의 개입이다. 존 카펜터의 전설적인 오리지널 <할로윈> 살인마의 마음을 공허로 남겨놓았고, 덕분에 마이크 마이어스는 현대 호러영화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마음을 읽을 수 없어서 진정으로 무서운 악마다. 롭 좀비는 거기에 설명을 덧붙인다.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에서 그는 마이크 마이어스가 가족과 친구도 없이 방치된 채 동물을 학대하며 성장하다가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된 희생자라고 구질구질하게 주장한다.
속편 < H2: 어느 살인마의 가족 이야기 >는 오리지널 <할로윈2>와 동일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죽은 줄 알았던 마이클 마이어스가 시체 이송 과정에서 부활해 전편에서 살아남은 로리를 찾아 병원으로 온다. 그런데 롭 좀비는 (그나마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볼 만한) 병원 시퀀스를 로리의 꿈으로 만들어버리고 1년 뒤로 건너뛴 뒤, 곧바로 프로이트적 정신분석에 빠져든다. 어린 시절 자살로 죽은 마이클과 로리의 엄마가 걸핏하면 하얀 백마를 이끄는 천사의 이미지로 등장해 이야기에 직접 개입을 할 때면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자식처럼 아끼는 캐릭터들이 모조리 무너지는 것도 감수해야 할 거다. 마이클 마이어스가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혐오스러운 정신병자인 건 현대적 업그레이드라서 그렇다고 넘어가자. 제이미 리 커티스의 대범한 연기로 기억되는 로리가 술에 취해 비명을 꽥꽥 지르는 전형적인 호러영화 희생자로 나오는 건 꽤 견디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호러 장르팬들에게 질문 하나 던져보자. 마이클 베이가 제작해온 수많은 고전 호러 리메이크작들과 롭 좀비의 할로윈 리메이크 중 어떤 쪽이 더 나쁜가? 성향에 따라 대답은 다르겠지만 정답은 딱 하나다. 둘 다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