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이 설마하니 어른들을 겨냥하고 만들어진 것 같진 않으니, 어른이라면 일단 어린아이들을 위해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갈 때는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레고의 추억에 젖는 것이 관람의 조건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그냥 즐기면 되고 어른들은 레고가 하나의 세상이라고 인정한 뒤 유년으로 돌아가 영화를 보는 게 필요하다.
영화는 레고 시티의 전설적인 모험왕 클러치 파워의 모험담으로 시작한다. 크리스털을 얻으러 들어간 동굴에서 괴물과 한판 싸움을 벌이고 나면 제목이 뜬다. 그리고 진짜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엑스포 행성 교도소를 탈출한 악명 높은 마법사 멀록을 물리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간 클러치 파워에게는 세 명의 동료가 함께한다. 그들은 각자 주특기가 있고 앙증맞으며 때론 소소한 장난기도 곧잘 발동한다. 그들은 마법사가 노리는 황금검이 있는 애쉴라 왕국으로 향한다.
이야기는 하도 많이 보아온 것이라 되풀이하기 민망하다. 그림도 레고랜드를 옮겨 그린 것에 가깝다. 하지만 화면을 레고랜드로 채운 다음 그 안에서 레고 장난감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 뒤 이야기를 가미하는 것으로 장난감 놀이의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쪽을 택했다. 영화 속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는 우리가 레고놀이를 할 때 그것들을 이리저리 끼워맞춰 전에 없던 집이나 총이나 그 무엇을 만들었던 것처럼, 우주선이 없어 곤란해하던 이들 탐험대가 한데 힘을 모아 폐품(?)을 끼워맞춰 조립한 다음 근사한 우주선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날아오르는 장면이다. 영화적 재미로 이 영화를 말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눈앞에 부동자세로 늘 놓여 있던 익숙한 장난감들이 스크린에서 말을 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아달라고 청하는 것 같다. 어린아이들은 재미있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