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키드>는 1984년작 <베스트 키드>(The Karate Kid)의 리메이크다. ‘가라테’라는 일본 무술을 제목에 넣을 수 없어 <베스트 키드>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80년대 한국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개봉시 굳이 <The Karate Kid>라는 원제를 지킨 이유는 조금 의아하다. 새로운 <베스트 키드>는 가라테가 아니라 ‘쿵후’를 배우는 베이징 거주 미국 소년의 이야기다. 베이징으로 이민 온 미국 소년 드레(제이든 스미스)는 현지인 급우들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아파트 관리인 미스터 한(성룡)에게 쿵후를 전수받고, 결국 청소년 쿵후경기대회에서 멋지게 우승한다. 제목을 다시 짓는다면 < The Kung Fu Kid >가 적절하겠다.
바뀐 건 무술의 종류와 배경만이 아니다. 제작자 윌 스미스 부부는 오리지널로부터 뼈대만 빌려온 뒤 (아들을 스타로 만들고자 작정한) 블록버스터급 액션영화로 지어올렸다. 문제는 동양 관객이 보기에는 영 아귀가 안 맞는 부분이 많다는 거다. 미국 소년 드레가 외국인 거주지역에 살지도 않고 외국인 전용학교에 다니지도 않는 건 영화적 전개를 위한 디테일의 희생이라고 해두자. 웃기게도 <베스트 키드>의 중국은 산꼭대기의 사원에서 무예가들이 살아 있는 코브라와 사권을 연마하는 판타지의 무대다. 베이징의 현대적 건축물들이 의미없이 화면에 오래 잡히는 걸로 보아 중국 관광청의 전폭적인 지원이라도 받은 모양이다.
그래도 이질적인 요소들이 부딪히며 생성하는 괴상한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최종 쿵후 경기는 12살짜리 꼬맹이의 다리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스크린으로 보는 게 버겁긴 하다만 <드래곤볼> 천하제일무술대회의 실사판이라고 생각하면 즐길 만하다. 성룡의 오랜 팬들이라면 콧잔등이 시큰해질 순간도 종종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 거대한 미국산 영화 속에서 취권과 더불어 지금의 그를 만들어낸 사권을 부활시키고, <취권>에서 자신의 스승이었던 옛 소화자의 모습도 흉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