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엄마와 함께 <시>를 봤다. 엄마는 지극히 평범한 취향의 관객일 것이라 생각해왔던 터라 과연 <시>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엄마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좋은 영화를 잘 봤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단순한 말이지만 나에게는 적잖은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엄마의 반응을 듣고 난 뒤, 곧이어 떠오른 기억. <하하하>를 개봉시키고 가졌던 관객과의 대화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이제 갓 20살이나 됐을까 싶은 앳된 여성관객이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엄마가 보았던 <시>와 어린 여성관객이 보았던 <하하하>는 묘하게 겹쳐졌다. ‘좋다’라는, 진심이 쉬이 담길 수 있는 단어로 이루어졌던 두 사람의 평은 나의 가슴을 다시금 두드려주었다.
나는 흔히들 ‘작은 영화’라고도 일컫는 예술영화, 다양성영화를 주로 배급한다. 그런 나에게 친구들은 “요즘은 무슨 영화 해?”라고 질문을 종종 해오는데 난 “작은 영화라 잘 모를 거야”라고 답하기 일쑤다. 분명 좋은 영화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들에게 선뜻 권하지 않았던 걸까? 타인의 취향을 앞지른 나의 선입관은 누군가에게 이같이 좋을 수 있었던 무수한 영화를 사전적 의미 그대로인 ‘작은’ 영화로 만들어버렸던 것은 아닐지…. 이제 와 못내 아쉽다.
나의 초등학생 시절, 극장에서 엄마와 함께 <댄싱 히어로>를 보았던 일이 생각난다. 엄마가 나에게 권해줬던 좋은 영화였다. 이제는 내가 엄마를 모시고 스폰지하우스를 자주 다니며 좋은 영화를 권해드려야겠다. 곧 개봉될 스폰지의 어여쁜 야심작 <청설>도 좋아해주시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