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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의 영화 판.판.판] 위원장님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나요
이영진 사진 최성열 2010-06-07

신재민 문화부 차관 발언 이후 버티기에 들어간 조희문 의원장

“위원장님이요? 출근은 일찍 하는데 뭘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밖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어요. 소문으론 다른 부장급 직원들도 같이 뛴다고 하던데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가까운 이들에게도 입을 안 열었대요.”

영화계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은 악몽 같은 지난 1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영진위 관계자들의 이야기만으로는 조 위원장의 의중이 무엇인지 쉽사리 알아차리기 어렵다. 다만 독립영화제작지원 외압 논란이 불거지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직접 나서 “조 위원장이 유감 표명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음에도 조 위원장이 이렇다 할 거취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일단은 ‘버티기’를 택한 탓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5월23일 해명 기자회견에서 특정한 접수작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심사위원들에게 부탁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심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심사결과 또한 공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진위는 ‘자율기구’이니 뭐라고 할 상황이 아니라고 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입장을 바꾸기 전까지 조 위원장은 이번 외압 논란이 법적으로 책임질 문제는 아니며, 유감 표명만으로 곧 잠잠해질 것이라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더이상의 추가 발언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조 위원장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일각에선 8인의 영진위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6월 말에 조 위원장도 함께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한 영화인은 “신 차관의 발언이 있기 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조 위원장에게 반려를 전제로 한 사표 제출을 요구했지만 조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조 위원장의 경우 독립영화 제작지원 외에 여타 지원사업에서도 공정성 의혹을 샀던 만큼 주무부서에서도 더이상의 부담을 지는 대신 교체쪽으로 가닥을 정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한다. 한편에선 조 위원장이 다양한 정치적 루트를 통해 어떻게든 논란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전하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도 자리 보전을 약속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긴 하다. 조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9개월 만에 하차할지, 아니면 남은 임기 동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부패행위 신고가 실제 조사로 이어질지 여부가 조 위원장의 거취를 가늠할 유일한 지표로 보인다. 5월28일,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사퇴를 위한 영화인 일동’은 “부당하게 직권을 남용하고 파렴치한 업무상 배임행위를 자행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조 위원장을 신고했다. 일반적으로 국민권익위원회는 접수 사안 처리에 앞서 주무부서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 문화체육관광부가 어떤 의견을 내느냐에 따라 조 위원장의 ‘버티기’ 효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차인가, 유임인가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조 위원장이 기억해야 할 점은 현 정부 들어 영화계 전체가 영진위 위원장의 퇴진을 “처음으로”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최현용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독립영화 제작지원사업 외압 논란은 특정한 이들에게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다. 올해 들어 영진위의 각종 지원사업에 지원한 프로젝트 편수만 해도 1천편이 훌쩍 넘는다. 즉 조 위원장의 이번 외압은 수천명의 영화인들에게 영진위의 지원사업이 공정하지 못함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한다. 최 국장은 “다음 주초까지 상황을 좀더 지켜본 뒤 추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고, 이로써도 해결이 안될 경우에는 대규모 집회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의 단호한 퇴진 요구 앞에서 조 위원장의 버티기는 고립무원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