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는 드라마틱한 영화와도 같았다. 출마한 사람, 투표한 사람, 개표 결과를 보는 사람 모두 처음부터 결과를 알고 있었던 영호남 지역(경남은 빼고)을 제외하면 이번 지방선거는 흥미진진한 플롯과 캐릭터를 가진 드라마였다. 특히 서울시장 개표방송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최상급 스릴러영화를 연상케 했다. 물론 막판 반전이 강남 3구의 보수 몰표라는 클리셰에 의해 일어나 김이 새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 혹은 심판의 성격이 짙다. 한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로 환한 광화문에서 퍼져나오는 <아침이슬> 노랫소리를 들으며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정책을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4대강 사업이다. 지역 주민과 종교계, 사회단체의 일관된, 그리고 치열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은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미 많은 곳의 자연이 파괴됐다고 한다.
이번주 특집기사는 신음하는 4대강을 다루는 영화들에 할애했다. 더이상의 파괴를 막고 생태계와 삶을 복원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감독들의 뜻과 행동을 담아내기 위함이자 그들의 뜻과 행동에 <씨네21> 또한 동의와 지지를 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주무인 이영진 기자를 비롯해 여러 기자들이 오랜 시간을 기울여 생생한 현장과 뜨거운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영진 기자는 촬영을 저지하는 인부들의 폭력사태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래도 이 정도나마 취재가 가능했던 것은 지방선거 덕분인지도 모른다. 기사에도 등장하지만, 여론악화를 우려한 탓인지 선거 직전 그들의 강압적 태도가 잠시 완화됐던 모양이다. 결국 4대강 문제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보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기왕 꺼낸 김에 지방선거와 관련된 잡담 하나만 더. 직업적 관심이랄까,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의 단체장 선거 결과도 흥미롭다. 서울과 부산, 전주는 변화가 없지만 충무로영화제와 관련된 서울 중구와 부천영화제의 부천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제천영화제의 제천에서는 당은 한나라당이 여전하지만 다른 시장이 선출됐다. 시장 교체가 영화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가 궁금해지지만, 당선자들의 생각을 전혀 모르는 탓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내다보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희망사항은 있다. 한마디로 큰 영향이 없었으면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우리는 지자체가 과도하게 영화제에 개입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봐왔다. 일부 단체장은 영화제를 선거운동의 장으로 삼아 물의까지 빚었다. 제발제발 새롭게 당선되신 분들은 영화제에 개입하려 하지 말고 잘되는 방향으로 밀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들 모두가 ‘간섭없는 지원’이라는 아름다운 원칙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