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단연코, “살 빼면 예뻐질 텐데”다. 사람들은 덕담을 하듯 그렇게 말한다. 새해에는 건강해라. 부디 뜻하는 일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아들딸 가리지 말고 쑥쑥 낳아라. 그런 말을 하듯 살빼라고 한다. 어떤 말에도 별 상관않고 살긴 하지만, 해마다 아픈 곳이 하나둘씩 늘어나니 적당히 건강 관리를 할 필요는 느낀다. 감기약에 취해 잠드는 게 벌써 한달째에, 잦은 야근으로 인한 위통도 빨간불 들어온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물론 뼈 앙상한 미인들이 수두룩한 한국에서 연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생각에 그칠 뿐으로, 정신을 차려보면 프라이드 치킨을 뜯고 있다든가 하는 식이 되어버린다.
이리 나태하게 살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책이 나오면 꼭 한번 들춰보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다이어트 책이 나왔을 때 한번 들춰보는 것만으로 대단한 일(이를테면 1시간의 조깅 같은 것)을 한 듯한 기분이 든다. 세상에 있는 다이어트 관련 이론은 한번쯤 다 읽어본 것 같다. 내가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그런 글을 읽는다. 이런 식이다. 숙면은 피부건강과 다이어트 모두에 가장 중요한 열쇠다. 그런데 나는 매주 한번씩 철야를 하잖아? 그러니까 나는 안될 거야, 아마. 일주일에 세번 정도의 꾸준한 운동은 다이어트의 기본이다. 그런데 일과 잠을 빼면 일주일에 이틀쯤 시간이 남는데 그때는 친구들과 놀아야 하잖아? 그러니까 나는 안될 거야, 아마. 한번은 키위 다이어트에 대한 신간을 읽었다. 키위를 먹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잔뜩 샀다. 그러고서야 깨달았는데, 나는 키위를 싫어한다. 늘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독한 것들의 진짜 운동법>이라는 신간을 붙들었다. 책에 운동하는 근육질 남녀의 사진이 가득하다. 오오, 내 팔다리가 뻐근해지는 기분일세.
가장 간단한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들은 바 있는(핫요가를 한달 배우던 때 강사가 강력추천했던 운동이기도 한) ‘제자리 엎드렸다 일어나기’를 비롯해 다양한 맨손운동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팔 벌려 뛰기’도 기본 중 기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솔깃해 보이는 건 ‘상체 서킷 트레이닝’과 ‘하체 서킷 트레이닝’. 이 책에는 DVD 부록이 있는데, 플레이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콜록콜록) 이 책에 실린 운동을 정확한 자세로 실연한 영상이 실려 있는 모양이다. 내가 “운동하러 갈 시간이 없어서 늘 고민인데 이런 영상이 있다면 집에서도 쉽게 힘을 낼 수 있겠지?”라는 결론을 내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당신의 오해. 이 책은 <독한 것들의 진짜 운동법>이잖아? 그런데 나는 독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나는 안될 거야,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