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놀라운 수출력은 비단 맥도널드 햄버거와 <아바타>, 아이팟에 그치는 게 아니다. 미국은 ‘톨레랑스 제로’ 정책도 수출했다. 관용과 인내심 전무, 절대 봐주기 없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톨레랑스 제로’는 사소한 경범죄도 엄벌하는 강경한 형벌 정책을 일컫는다. 1990년대 뉴욕 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의 그 유명한 ‘범죄와의 전쟁’과 일련의 형벌 정책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는 빈민층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을 축소하고 대신 교도소를 지었는데, 그 교도소의 입주자들은 공교롭게도 빈민층과 (흑인을 중심으로 한) 이주자들이었다. 이런 뉴욕의 형벌 정책은 전세계로 수출되었고,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남미로 북유럽으로 국경을 넘어 자리잡았다.
“벌금형은 부르주아와 프티부르주아에게! 집행유예는 빈민에게! 징역은 극빈 무산자에게!”
프랑스의 사회학자 로익 바캉이 1999년에 쓴 <가난을 엄벌한다>는 1980년대 이래 20년간 서구에서 감옥이 팽창하고 강경한 형벌 정책이 부상하게 되는 이유와 그 양상을 보여준다.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한국을 비껴가지 않은 탓에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는 한국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방해가 되고, 공공장소에서 소란은 물론, 사건 사고를 일으킴으로써 항상 뭔가 불안하고, 불편하고, 불쾌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빈민에 대한 치안 및 형벌 업무 법제화는 ‘범죄와의 전쟁’, ‘공공장소 재정복’ 같은 군사적 수사법과 함께 한국에서도 뿌리를 내렸다. 기업은 세계 경쟁의 명목하에 철저히 국가의 보호를 받지만 서민층과 빈민층은 국가의 지원이 줄어드는 현실 앞에 속수무책이다. 시장은 커지고, 모든 것이 경쟁이 되고, 국가는 별다른 하는 일이 없다. 그런 세계적 흐름 속에, 노동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자들을 ‘쓸어다 담는’ 동시에 ‘쓸어다 버리는’ 형벌 제도가 인기를 얻고 있다. 책 말미에는 로익 바캉 인터뷰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