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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져 내리는 악당에게 날라차기
주성철 2010-06-02

이두용 감독 등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 6월13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돌아온 외다리>

이두용 감독의 태권액션영화를 만난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를 통해 이두용 감독의 테크니스코프 복원작 <용호대련>(1974), <돌아온 외다리>(1974), <분노의 왼발>(1974), <속 돌아온 외다리>(1974) 등 그가 발굴한 배우 ‘차리 셸’(한용철)과 함께했던 태권액션영화 4편이 상영된다(지난해 앞서 상영된 <돌아온 외다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복원 뒤 최초 상영작들이다). 나팔바지를 화려하게 펄럭이며 미국에서 날아와 최고의 발차기를 선보인 한용철은 “발차기로 악당 귀싸대기를 파바박 때리는 장면”을 원했던 이두용 감독에게 발탁된, 당대 최고의 액션스타 중 한명이다. 당시 나이가 스무살에 불과해 나이들어 보이게 수염도 기르게 했고, 유난히 긴 다리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나팔바지를 입혔으며, 사실 정확하게는 태권도 빨간 띠였던 그를 태권도 7단이라 속여 마케팅을 했다. 이두용과 한용철이 함께한 영화 중 이번 기획전에 포함되지 않은 <죽음의 다리>(1974)와 <배신자>(1974)까지 포함하면 두 사람은 1974년에만 무려 6편의 액션영화를 만들었다.

이두용 태권액션영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용호대련>은 말끔하게 복원된 상태가 “급조해서 만든 작품”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프로덕션디자인 등 상당한 수준의 퀄리티를 증명하고 있다. 웨스턴 무대를 연상시키는 만주시장 장면 등은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까지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 마카로니 웨스턴 분위기를 풍기는 가운데 주인공 한용철이 일본과 중국의 두 조직을 오가며 보여주는 모습은 <요짐보>(1961)와도 닮았다. 지난 5월22일에는 이두용 감독과 오승욱 감독이 참석해 ‘다시 찾은 나의 영화들: <용호대련> <돌아온 외다리>’라는 대담이 열렸는데, 이에 대해 이두용 감독은 “제작자인 곽정환 사장과 해외시장에도 통할 만한 우리만의 태권도 액션영화를 만들자는 목표하에 첫 번째 작품 <용호대련>을 만들었는데, 처음이다 보니 3배 정도의 제작비를 더 들여 준비기간도 길었고 세트도 공들여 만들었다”고 밝히며 “이후 작품들은 지방 극장들의 요구 등 흥행성에 치우쳐 빨리빨리 영화를 만들다보니 완성도에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시리즈를 더해가며 액션 스탭들의 호흡은 더 잘 맞아서 오히려 더 뛰어난 액션장면이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군중 액션신의 대가… 발차기의 쾌감

<분노의 왼발>은 <용호대련>과는 별개 얘기지만 군중 액션신에 관한 한 남다른 연출력을 보여준다. 한용철이 간도의 고통받는 한인들을 위해 싸우는 이 영화에서 거의 ‘쏟아져 내리는’ 인물들과 싸우는 액션신은 가공할 박력으로 넘쳐난다. <돌아온 외다리>의 경우 1930년대 하얼빈을 무대로 여자친구를 야마모토(배수천)에게 빼앗기고 폐인 생활을 하던 한용철의 복수를 그리고 있다. 이들 태권액션영화를 통해 극단적인 다대일 대결을 즐겼던 이두용 감독은 쉴틈없는 발차기의 쾌감에 몰두했다. 사각 앵글 사용, 핸드헬드 카메라 등 이후 그의 영화들이 보여준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수집, 복원전’ ‘일본 애니메이션의 근원’ ‘다양한 색상의 무성영화’ 등 세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기획전에서는 이두용 감독의 영화 외에도 2009년 수집, 복원된 신상옥 감독의 <꿈>(1955), 이만희 감독의 <검은 머리>(1964) 등 국내외 고전영화 24편과 애니메이션 22편이 선보인다. 부대행사로는 6월6일(일) 배창호 감독이 참석해 <꿈>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6월12일(토)에는 최은희, 김혜정씨가 참석해 ‘신상옥 감독과 <꿈>’ 대담이 열린다. 한편, 5월28일(금)과 29일(토)에는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스테파노 마카그노의 연주로 시오드맥의 <일요일의 사람들>, 히치콕의 <협박>, 그레타 가르보의 <육체와 악마>를 감상하는 연주 상영회와 6월5일(토) 열리는 일본국립필름센터 큐레이터 아키라 도치기와 김준양 애니메이션 평론가의 ‘일본애니메이션의 근원(1924~1952)을 찾아서’ 대담도 관심을 끈다. 모든 상영과 행사는 무료로 진행되며 자세한 시간표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를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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