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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폴란스키 그리고 송영창과 이경영
문석 2010-05-31

<유령작가>는 흥미로운 영화다. 소설 원작에서 장황한 대목을 걷어낸 뒤 자신의 색을 가미해 담백건조한 정치스릴러 영화로 만들어낸 로만 폴란스키의 여전한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력 추천한다. 상세한 이야기는 김용언 기자의 세심한 글을 보시라.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작의 주배경인 보스턴 인근 섬과 해안의 모습을 영화에선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로버트 해리스는 소설 <유령작가>에서 애덤 랭이 사실상 감금돼 있는 이 황량한 섬의 풍경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그곳에서 움트고 있는 음험한 욕망들을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하지만 미국에 들어갈 수 없는 폴란스키는 독일의 한 바닷가에 애덤 랭의 별장 세트를 만들어 촬영해야 했다.

폴란스키가 미국에 입국할 수 없는 이유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 때문이다. 1977년 그는 <보그>로부터 당시 13살 소녀 사만다 게이머의 화보 촬영을 의뢰받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폴란스키가 그녀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 게이머는 폴란스키가 자신을 강제로 성폭행했다고 주장했고 폴란스키는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졌다고 항변했다. 폴란스키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로만 폴란스키: 원티드 앤 디자이어드>에 따르면, 이 사건의 재판장은 할리우드 명사들과 교분을 나누는 데만 정신 팔린 가벼운 인물이었다. 재판장은 우왕좌왕 시간을 끌면서 폴란스키를 괴롭혔고, 참지 못한 폴란스키는 영화 촬영을 핑계로 미국을 빠져나갔다. 이 다큐에는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폴란스키가 중벌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는 당시 검사와 이제는 그를 용서한다는 게이머의 모습까지 등장시켜 폴란스키에게 ‘자유’를 줄 것을 촉구한다. 물론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사실, 폴란스키는 문제 많은 인물임에 틀림없다. 여성문제나 마약사건 등 그는 다양한 스캔들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그게 그의 영화에도 드리워져 있는 검은 그림자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릴 적 나치수용소에서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고 찰스 맨슨 패거리의 끔찍한 만행으로 아내 샤론 테이트를 잃었다. 그의 행동을 모두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해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 또한 확실하다. 부디 미국 정부가 사법적 관용을 베풀어 그와 그의 예술을 끌어안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우리에게도 관용이 절실한 예술가들이 존재한다. 송영창과 이경영이 그들이다. 이미 깨끗이 사법적 처벌을 받은 두 배우는 간간이 영화에 얼굴을 비추고는 있지만 아직도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두 배우는 <씨네21>의 거듭된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왔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리라. 중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활동하는 정치인, 경제인을 생각해보면 두 배우의 사안은 경미할뿐더러 충분히 관용의 대상이 된다. 우리 모두 이들로부터 가식적인 ‘도덕’의 잣대를 거둬들여 예술의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게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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