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방심해 탄수화물의 향연(이쪽 세계 표현으로는 ‘자폭’이라고 함)을 벌이고 나면 크헥. 빠지는 건 야금야금인데 찌는 건 한순간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순간 바로 요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린다 (내가 하는 말 이해 못하는 삐쩍 마른 것들은 가라). 무력 보복 운운하며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요즘 가까스로 관리한 체중이 도로아미타불 될 때 느낄 법한 낭패감, 자괴감, 허탈감이 뒤엉켜 떠오른다. 이거 일종의 데자뷰인 거지.
열심히 뛰고 있는 언니 오빠들에게 미안하지만, 이런 불안한 국면이 차라리 진짜 그냥 지방선거용이었으면 좋겠다(이른바 ‘강부자’들도 그런 심정일 거야. 주가·환율 요동치고 투자 막 빠지고 그러면 그들이야말로 잃을 게 많잖아. 그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그들의 재산!). 문제는 한번 올라간 체중계 눈금 다시 낮추기 어렵듯이 한번 고조된 남북 사이의 긴장 지수는 그리 쉽게 낮춰지지 않는다는 거다.
FM 대북 방송을 시작한 군당국은 6월 초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 확성기 방송을 시작할 거라는데, 북한은 이를 조준격파해버린다고 하고, 우리 국방장관은 그러면 똑같이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잠깐, 이 아저씨 왜 아직도 옷 입고 있는 거니?). 양쪽 모두 육상에서의 교전을 불사하겠다는 거다. 무력 시위 조짐도 보인다. 적어도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온 1994년 이후 이런 위기 상황은 연출된 기억이 없다. 어휴. 정말 전쟁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미쳤어? 전쟁 불사 외치는 분들 잘 들으세요. 천안함 사태만 놓고 봐도 우리는 정보수집 능력에서부터 현격하게 밀렸잖아요. 조준 실력도 그렇고. (정부 발표대로라면) 북한이 귀신처럼 쏘고 빠질 동안 우리 군은 애꿎은 새떼만 쐈잖아요. 제발 쫌.
북풍이 불자 역풍도 인다. 정부여당은 천안함발 경제악재가 지방선거에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판단을 했는지 선거를 딱 6일 남기고는 ‘코리아 리스크’는 과장됐다면서 뒤늦게 친여성향 유권자 달래기에 나섰다. 대놓고 기는 방송 뉴스 보면 다 나온다. 어쩌면 같은 이유로 하루아침에 한반도는 평화 모드로 (적어도 방송 뉴스상으로는) 둔갑할 수도 있겠다.
중국 왔다 가는 길에 4시간 방한한 힐러리 미국 국무장관은 ‘전략적 인내’를 말했는데, 나는 ‘본능적 인내’를 당부하고 싶다. 남북 당국자님들, 제발 저 좀 평화롭게 체중 관리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