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감독님을 뵙고 인사를 드릴 때마다 떠오르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하나, 인상이 어쩜 그렇게 좋으실까. 둘, 이렇게 푸근한 얼굴로 어떻게 <송환>이나 <상계동 올림픽> 같은 묵직한 다큐멘터리를 만드셨을까. 인상과 진지함은 반비례한다는 식의 억지를 부리려는 건 아니다. 다만 현실의 암담한 부분을 꾸준히 비추고 드러낸다는 건 분명 고단한 작업일 텐데. 김동원 감독의 얼굴에서 그 고단함을 읽어낼 수 없었음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홀로 한 건 아니었나보다. <한국 독립다큐의 대부: 김동원전>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거대한 원류가 된 김동원 감독의 영화 세계를 두루 훑는 작품이다.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김동원 감독 특별전’이 열림과 거의 동시에 발간된 이 책은 평소 존경받는 선배 다큐멘터리스트에 대한 후배의 궁금증- 이를테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닮은 극영화 연출을 꿈꾸던 감독이 어떻게 30여년 동안 다큐멘터리 외길 인생을 걸었는가- 을 풀어주기 위해 제작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내용이 풍부하고, 솔깃할 만한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는 말이다. 몇 가지 사례를 빌려와 소개하자면 이렇다. 김동원 감독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자주 카메라에 담는 이유는? 그저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이 웃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북한 체제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송환>의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이유는? 장기수가 아니라 사람(특별히 조창손이란 할아버지)에 끌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답마다 인간과 사회를 보듬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데, 이러한 휴머니즘이 바로 김동원 영화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책은 말한다. 그런 주장이 영화의 구체적인 장면을 예로 들어가며 꼼꼼히 전개돼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책은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강성률 평론가가 쓴 감독론과 맹수진 평론가가 쓴 작품론, 이 두 필자가 김동원 감독과 함께 진행한 100여 페이지 분량의 긴 인터뷰와 <야고보의 5월>(1986)부터 <끝나지 않은 전쟁>(2008)까지 전작 14편에 대한 총정리 리뷰, 그리고 김동원 감독이 창립 멤버로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집단 푸른영상 후배들과의 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