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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이 뒤엉키는 코미디 <내 남자의 순이>
김성훈 2010-05-26

가치가 무려 50억원. 정체는 반지요, 이름은 꽃처럼 어여쁜 순이다. 너도나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 만하다. 특히, 1억원의 빚에 시달리며 근근히 살아가는 세라(박해미), 라미(신이), 광수(이태성), 가족 같은 세 사람에게는 더욱 간절한 존재다. 물론 경쟁 상대도 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사채업자 춘배파다. 세라에게 돈을 빌려준 이들은 순이의 냄새를 맡고 막무가내로 달려든다. 여기에 순이가 도난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형사까지 가세하면서 좌충우돌 난장판이 벌어진다. 이것이 <내 남자의 순이>의 출발점이다.

인물들이 뒤엉키는 코미디인 만큼 감독은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이는 듯하다. 첫 영화 출연작인 만큼 박해미는 그간 TV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샤워하는 남자를 훔쳐보며 “맛있겠다”고 군침을 흘리는가 하면, 땀으로 뒤범벅이 되도록 무덤에서 삽질하기도 한다. 그러나 몇몇 모습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박해미의 과장스러운면서도 도도한 연기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신이의 섹시코미디 연기는 전작인 <가문의 영광> 시리즈나 <색즉시공>에서 이미 보여준 것들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다이아몬드 반지 ‘순이’의 활용 방식이다. 맥거핀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반지를 좇는 코믹한 상황에만 집중한다. 세라와 라미, 그리고 광수가 반지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제대로 묘사되어 있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 점만 신경썼더라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현실과 사람들을 좀더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거나 <내 남자의 순이>는 욕심이 너무 앞선 코미디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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