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나리오라면 북한이 아니라 외계인이 했다고 우겨도 할 말 없겠다. 어떻게 와서 쏘고 달아났는지 경로가 없잖아. 방송사들이 뉴스에서 기정사실화해 친절히 그려준 CG 외에는. 하다못해 도망가는 잠수정을 봤다는 물고기나 새떼의 증언이라도 내놔야 하는 거 아니니?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하고 확실한 물증’이라곤 어뢰 조각에 파란색으로 씌어진 ‘1번’뿐이다. 북한이 80년대에 만든 어뢰라는데, 합동조사단 내부에서조차 심하게 낡은 상태로 보아 언제부터 바닷속에 있었는지 추정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에, 천안함 수색과 인양조차 방해했던 서해의 지형과 물살 아래서, 잠입·대기·타격·도주할 정도로 주도면밀했다면…, 최소한 그 ‘1번’은 지우고 쐈겠지.
하다못해 천안함에 묻어 있다는 화약 성분과 어뢰 조각의 화약 성분에 대한 비교라도 하고 발표를 하던지. 서둘러도 너무 서둘렀잖아. 그러다보니 말이 엉키지. 한달 전에는 국방장관이 이번 일과 관련성이 낮다고 국회에서 보고했던 똑같은 ‘북한 잠수정 기지 이탈 정보’가 이번에는 이번 일의 결정적 정황 증거로 바뀌어 발표됐다. 사고 2~3일 전 북한 잠수정 두대가 기지에서 나갔다가 사고 2~3일 뒤에 돌아왔다는 거다. 만약 북한이 그 잠수정은 먼 바다에 몰래 쓰레기 투기하러 갔던 거라고 하면 어쩔 건데? 버리다 만 2번, 3번 어뢰 조각 같은 거 들이대면서 말이다. 경계임무와 초동대응에 실패한 군 지휘부가 이번 조사의 지휘를 그 자리에서 그대로 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으나, 이런 발표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누구도 시인하기 힘든’ 내용이다. 바퀴벌레 다음으로 북한이 미운 이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북한이 이 정도로 기습 공격을 해서 단번에 성공했다면(대체 그럴 만한 이유가 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나) 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자체로 ‘김정일 심판’ 이전에 ‘이명박 심판’을 해야 하는 거 아니니? 상식적인 안보의식이라면 말이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공식 발표’ 외에 우리가 아는 건 진짜 쥐뿔도, 아니 ‘1번’밖에 없으니 현재로서는 투표로 말할 수밖에. (괜찮아. 조사자들 면면이나 방법, 일정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합동조사단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