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점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매출규모에 맞게 비디오테이프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잘 사느냐’이다. 한달 물건 구입비에 맞추어 테이프 수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번 달은 좀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성수기의 끝 무렵에 출시되는 <공동경비구역 JSA>는 과연 몇장을 사야 할지에서부터, <스토리 오브 어스> <빅마마 하우스> <브링 잇 온>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등 고만고만한 영화들 중 두 번째 대박을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할지까지...
더군다나 몇달에 한편씩은 꼭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골치 아픈 영화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 달은 무려 4편이나 된다.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영화인데, 해당 영화들의 제작관계자들에게 결례를 범하는 일이지만 제목은 다음과 같다.
<스트라이커> <아티스트> <봉자>.... 영화의 완성도는 내가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영화들은 살지 말지를 내가 판단하기 이전에 소비자들이 전혀 손을 안 댄다는 게 문제다. 기본적으로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고, 자료가치로서 언젠가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에 우선 손해를 볼지라도 구입을 하는 편이지만, 이번 달은 생각이 좀 다르다. 내가 우선 내키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영화를 굳이 사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비디오는 우선 비닐포장을 뜯으면 반품이 안 된다는 원칙이 있지만, 이중 몇편은 영업사원한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반품시키는 데 겨우 성공했다.
나의 물건 사입 원칙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게 물건을 조율하고, 소비자들이 관심을 덜 갖더라도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적극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영화를 개발하는 것 등인데, 이번 일은 나의 원칙을 뒤흔들게 만들었다. 이미 반품한 두 영화를 샀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고민은 아직도 계속 된다.
이주현/ 영화마을 종로점